중국인과 중국 사회를 이해하는 '네 개의 표현', '세 개의 키워드'
중국인과 중국 사회를 이해하는 '네 개의 표현', '세 개의 키워드'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0.04.28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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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표현들을 주의깊게 살펴보면 중국사회의 단면을 드러내는 의미깊은 표현들을 만날 수 있다. 어디까지나 나의 직간접적 경험을 토대로한 것이지만, 이해하고 나면 중국사회와 중국인의 내면을 더깊이 이해할 수 있는 표현과 단어들을 소개하기로 한다.

■ 메이빤파(没办法) -차부뚜어(差不多) - 메이요원티(没有问题) - 싱(行)

첫 번째로는, ‘메이빤파’ 즉, ‘방법이 없다’, ‘어쩔 도리가 없다’는 표현이다. 예를 들면 “그렇게 하고 싶지만 상부에서 뭐라 하니 어쩔 수 없네…”, “도와주고 싶지만 방법이 없구만…”과 같이 체념적, 수동적, 소극적 느낌이 강하다. 중국인들은 이 표현을 정말 입에 달고 산다. 적극적, 도전적 그리고 진취적 자세와는 거리가 먼, 타성에 젖어 대강대강 하려는 의식구조를 엿보게 하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두 번째로는 ‘차 부뚜어差不多’, 직역하면 ‘차이가 많지 않다’는 뜻이다. 실제로는 “이정도면 됐다”, “뭐, 큰차이 없으니 대충 이정도면 오케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이 표현 또한 중국사회에서 정말 많이 사용한다. 그뜻으로 알수있는 것처럼, 정확성이 떨어지고 꼼꼼하지 못할뿐만 아니라 마무리도 깔끔하지 못한 중국인의 면모를 드러내는 표현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 Made in China’의 품질이 어딘가 부족한, 2퍼센트 부족한 느낌을 주는 것도 중국인의 이런 사고에 기인하는 것일수 있다. 

세번째로는 ‘메이요원티’.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일상생활속에서 “문제 없어”, “됐어”, “괜찮아”라는 의미로 폭넓게 사용된다. 유사한 뜻으로 ‘메이 꽌시没关系’도 많이 사용된다. 예를 들면, “일이 잘되어 갑니까?”, “합자회사 설립절차는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지요?”, “지난번 주문한것은 잘 제조되고 있나요?”라고 물으면 ‘메이요원티’, 즉 “네, 괜찮아요, 아무 문제없이 잘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문제가 있어야(요원티, 有问题) 할때도 “메이요원티!”라고 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가 실로 적지않다. 왜 그렇게 하냐고? 남들에게 부정적이거나 거절의 의미가 담긴 표현들을 가급적 쓰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이 또한 중국역사에서 기인한다. 부정적표현을 하여 상대방과의 관계가 나빠지기라도 하면 언제 무슨일을 당하게 될지 모르지 않는가.

그래서 중국인들은 앞에 부정의 뜻인 ‘부不’ 자로 시작하는 거절의 의미가 담긴 단어, 즉 ‘뿌싱不行’, ‘뿌하오不好’, ‘뿌커이不可以’ 등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면 문제가 될수 있을때나 거절해야 할때는어떻게 말하는가? 그때는 애매모호하거나 매우 우회적이고 완곡한 문장을 써서 ‘사알짝’ 알수있는 식으로 표현한다. 

네 번째로는 ‘싱行’이라는 표현이다. 문자 그대로 하면 ‘가도 좋다’, ‘그대로 통과해도 좋다’라는 뜻으로써 허락이나 긍정의 표현으로 사용된다. 유사한 뜻으로 ‘커이可以’라는 단어도 많이 사용된다. 예를 들면 “이대로해도 좋겠습니까?”, “이정도로 마무리해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으면 “좋아”, “오케이”라는 의미로 “싱!行” 혹은 “커이!可以”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표현또한 긍정인지 부정인지, 허락인지 거절인지 애매모호하게 남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이미 오랜세월동안 통용되어 왔으니, 새삼 문제될것이 없다. 하지만 우리같은 외국인들로서는, 중국인들의 이러한 표현에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낭패를 겪기 십상이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서 그 트집이 중국인들에겐 트집이 아니다. “아니, 아무렇지도 않게 늘 그래왔던 것처럼 ‘거절’했을뿐인데 왜그래?”라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중국사회를 해석할 수 있는 세개의 키워드를 소개하겠다.

■ 미엔쯔(面子) - 꽌시(关系) - 만만디(慢慢的,慢慢地)

그 첫번째는 ‘미엔쯔面子(체면)’다. 중국인들이 가장 중시하는 덕목이다. 중국어속담 ‘선비는 죽으면 죽었지 치욕을 당해선 안된다(士可杀, 不可辱, 쓰커샤, 뿌커루)’는 중국사회가 체면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여실히 나타내 준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혹은 중국인들과 함께 있을때는 그들의 체면이 손상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상대방의 직업이나 지위고하와는 무관하게 말이다.

예를들면 부하직원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다해도 그에대해 다른사람들이 있는곳에서 면박을 주어서는 안된다. 아니, 안된다가 아니라 위험할수도 있다. 설령 그자리에서는 참고 넘어갈순 있어도 그 ‘치욕’을 마음속에 꾹꾹 넣어두었다가 언제 어디서 응징해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나는 일이나 꾸짖을 일이 있더라도 그사람만 따로 조용히 불러 이야기해야 한다.

상대방의 대화나 주장등이 나와 다르다고 너무 몰아쳐서도 안된다. 이럴때도 직접적이며 직선적인 우리식 화법보다는, 간접적이며 우회적인 중국식으로 돌려서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 ‘꽌시关系’. 우리말로는 ‘인간관계’ 혹은 ‘인적네트워크’를들수있다. 중국은 ‘꽌시关系’ 사회라고 할만큼 인간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세상에서 못해낼 일은 없다. 다만 못해내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世上沒有辦不成的事,只有不會辦事的人, 스샹메이요빤부청더스, 쯔요부회빤스더런)’ 라거나 ‘방법은 항상 문제보다 많다(方法總比困難多, 팡파쫑삐쿤난뚜어)’라는 속담은 중국에서의 꽌시의 ‘역량’을 대변해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절대 착각해서는 안될것이 꽌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에만 해도 꽌시만 좋으면 안되는것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특히 시진핑 習近平정부들어 ‘개혁심화’가 강력히 추진되는 오늘날은 더이상 아니다. 이를 고려할때, 오늘날의 꽌시란 ‘소화촉진제’ 정도라 생각하면 타당할 것이다.

즉 적법하고 합당한 일인데, 웬일인지 일이 지연되거나 불합리하게 처리된 경우, ‘꽌시’를 통해 합법적 테두리안에서 원만하게 진행되도록 기대하는 정도가 타당하다. 그러므로 일단, 불법이나 편법등은 처음부터 생각조차 하지 말아야 된다. 

세번째로 ‘만만디慢慢的, 慢慢地’. 사전그대로는 ‘천천히’라는뜻이다. ‘천천히 하면 되지, 뭐 그리 서두를 필요가 있어’라는 뉘앙스가 내포되어 있다. 우리의 ‘빨리 빨리’와 퍽 다른 개념이라 할수 있다. 우리사회에는 아직도 중국인들을 ‘만만디’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중국인들이 만만디할 때는 자신들의 이익과 무관할 때이다. 자신의 이익과 관계되면, 전광석화가 따로 없다. 팍팍 날아다니며 동분서주한다. 우리보다 훨씬 더 빠르다. 이는 케빈 러드Kevin Rudd 전 호주총리가 중국의 부상에 대해 ‘인류역사상, 불과 30년만에 산업혁명과 IT혁명을 모두 달성한 나라는 오직 중국뿐’이라고 평한것으로도 잘알수 있다. 이러한 중국인들이 당신에게 만만디한다면, 이는 곧 그에게 있어 당신은 별로 득될게없는 사람이라는 의미일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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