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특색의 사회주의'란 정말 사회주의일까
'중국특색의 사회주의'란 정말 사회주의일까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0.03.3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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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의 한중일 삼국지

오스트리아 출신 경제학자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Friedrich Hayek)는 저서 《치명적 자만》을 통해 사회주의를 혹독히 비판했다. 그의 이러한 비판에 대해 중국 당국도 모를리 없다. 그래도 중국이 사회주의를 포기하지 못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엄밀히 말해 중국은 사실상 이미 사회주의를 버렸다. 중국식으로 포기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뿐인 게다. 표면상 사회주의를 견지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중국특색의 사회주의’라는 애매모호한 개념을 들고 나와 사회주의라는 허울만 남긴 채 그 속은 중국 특색으로 바꿔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 특색이란 과연 무엇인가? 그에 대한 범위와 내용을 규정짓기란 쉽지 않다. 그에 대해 논리정연하고 철두철미하게 잘 아는 중국 당국자들도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중국특색이란 마치 ‘전가의 보도’와도 같은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이 원하는 것은 뭐든지 중국특색이 되며 그렇게 채택한 것은 사회주의, 즉 중국특색의 사회주의가 되기 때문이다. 중국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인 ‘표리부동’이 여지없이 잘 드러나는 한 단면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2018년은 오늘날의 중국이 채택하고 있는 새로운 경제정책을 도입한지 4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1978년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54달러로, 사하라남 부아프리카 국가들의 3분의 1도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연간 9,000달러 전후이다. 2025년이면 1만 2,700달러선을 넘겨 고소득 국가수준이 될것으로 전망 된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이미 세계최대의 상품생산 국가이며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글로벌경쟁력을 지닌 국가로도 꼽히고 있다. 이런 중국굴기의 가파른 배경에는 중국정부의 역할이 크게 한몫해 왔다. 중국의 급성장이면에는 ‘중국개혁개방의 총설계사’라 불린 덩샤오핑이 채택하여 견지해온 중국특색의 사회주의체제가 토대가 되어왔음을 부정할 수 없다. 

먼저 덩샤오핑이누구였던가? 빈곤과 부정부패에 찌든 과거의 중국이 오늘의 신중국으로 탈바꿈한 가장 주요한 요인의 하나로 그의 지도력이 꼽힌다.

1976년 마오쩌뚱 사망후, 권력을 장악하게된 덩샤오핑은 그 유명한 “어떤 정당이나 국가, 혹은 민족도 마음이 교조적 원리나 미신에 묶여있다면 앞으로 나아갈수 없다. 그렇게 되면 생명력도 잃게 되며 결국은 죽어 없어지게 된다”는 말과 함께 중국이라는 나라의 노선을 완전히 새롭게 바꾸었다. 

중국을 전임자 마오쩌뚱의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한 정치노선 위주’로부터 ‘실사구시를 바탕으로 한 경제노선 위주’의국 가로 새롭게 좌표 설정한 것이다. 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도 아니고, 계급투쟁도 아니고, 좌우대립도 아니었다. 오로지 부민강국富民强國, 즉백성은 부유하고 국가는 강한 나라였다. 사실상 굳게 닫혀있던 중국의 문호가 개혁·개방이라는 이름으로 활짝 열리게 되었다. 

이후 덩샤오핑의 중국은 개혁·개방 1호 정책으로써 농업분야에서 개인의 토지 사용을 허가했고 2호 정책으로써 광동성의 선전지역을 비롯한 네개지역에 경제특구를 설치하여 외국의 자본과 기술을 도입하는 등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경제위주의 정책들을 속속 선보였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들이 결실을 보고 또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가운데 중국은 수십년간 연평균 10퍼센트대의 고도성장을 지속할 수 있게 되었다. 

덩샤오핑에게 있어서 기존의 계급 정치 및 이데올로기 위주의 사회주의체제는 거추장스러운 과거의 유물이었다. 자신들의 발전을 옭아매는 족쇄에 다름 아니었던 것이다. 이후 중국정부는 경제성장을 정당화 하고 또 편리하게 추진해 나가기 위해 공산당의 당헌과 당령 등도 그에 맞도록 계속 수정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아직까지도 사회주의체제를 견지한다고 하고 있다. 도대체 어이된 일인가?

오늘날 중국이 견지하고 있는 사회주의는, 사회주의이기는 하지만 마오쩌뚱의 사회주의 혹은 그 전의 사회주의, 다시 말해 정통 사회주의는 아니다. 이는 중국 당국 스스로 ‘중국특색의 사회주의’라고 말하고 있는 것으로도 잘 알 수 있다. 그럼 정통 사회주의와 중국특색의 사회주의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에 대해 현학적sophisticated인 이론 고찰은 학자들에게 맡기고 여기서는 극히 간단하게 알아보도록 하자. 

무엇보다도 먼저 명칭에서 그 차이를 유추할수 있다. 중국이 현재 채택하고 있는 것은 그냥 사회주의가 아닌, 중국특색의 사회주의이다. 정통 사회주의에는 없지만 ‘중국특색’이 가미된 사회주의 다시 말해, ‘중국특색’만큼의 차이가 있는 사회주의이다. 어찌 보면 황당한 말장난 같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표현이 가장 정확하다. 

그렇다면 ‘중국특색의 사회주의경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어떻게 다를까? 이 둘 사이에도 ‘사실상’ 큰 차이는 없다고 할 것이다. 중국과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과의 경제체제 사이에서 차이가 난다면, 그것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정통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 나타나는 두드러진 차이라기 보다는 국가마다의 특징에 기인할 확률이 크다. 동일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들이지만, 미국의 경제체제와 일본, 한국, 인도, 브라질 등의 경제체제는 각국의 상황에 따라 저마다 다른 특징을 보인다. 

마찬가지로 중국도 비록 사회주의 경제체제라고 하지만 실상은 자본주의 경제체제 안에서의 차별점을 지닌다. 이는 1978년 집권한 덩샤오핑이 1974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로부터 자문 받으며 중국의 국가경제를 설계하고 이끌었다는 점만 봐도 알수 있다. 앞서 본것처럼, 자유주의 경제학자로 불린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사회주의체제에 대해 매우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자문을 구한 덩샤오핑에 의해 중국의 개혁개방이 나타났고, 그 결과 고질적인 오랜 기근과 아사에 허덕이던 중국이 덩샤오핑 집권 3년만에 식량의 자급자족을 달성하기에 이른다. 참고로 하이에크의 자유시장경제 는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대통령과 마거릿 대처 영국총리 등이 상당부분 채택해 1980년대 미국과 영국의 신자유주의로 이어졌다. 

‘지옥에 가는 일도 돈으로 좌우 된다(地獄の沙汰も金次第, 지고쿠노사타모가네시다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남다른 물질관을 가진 일본인들도 중국인들의 물욕과 금전추구에 대해서는 혀를 내두른다. 돈많이 벌라는새해인사가 면면하게 통용되어온 중국일 정도로 중국인들의 물질추구욕은 남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중국에 대해 ‘사회주의 국가’라는 고정관념과 편견을 토대로 바라보고 있다. 

사회주의라는 허울을 걸치고는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과거의 허물이라도 완곡하고 우회적으로 부정하는 중국식 표리부동에 근거할 뿐인데 말이다. 중국은 보수세력이 집권하면 이전 진보세력의 색깔을 철저하게 부정하는 우리와는 다르다. 부국강병을 위한 정치적 사상이나 경제적방법이 아무리 달라도 중국은 전임 정권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과단한(?) 행위는 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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