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은행제 엄격 관리 이면엔…편법 외주화
학점은행제 엄격 관리 이면엔…편법 외주화
  • 변승종
  • 승인 2024.03.15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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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 망고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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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교육과정을 통해 매년 수만 명이 학위를 취득하는 학점은행제. 위탁 운영을 통해 대학의 돈벌이 수단이자 학벌 세탁 창구로 변질됐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엄격한 규제가 도입된 지 25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일부 대학은 정부의 규제를 비웃듯 편법을 통해 학점은행제 위탁 운영을 지속하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갑질을 자행하고 있다.

 

교육부는 20159'학점인정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학점은행제를 운영하는 교육훈련기관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재 수단 마련했다.

 

수업의 부실 운영, 학습자 위탁 모집 등의 내용을 구체화해 누적 벌점이 일정 점수를 넘으면 학습과정 운영정지, 평가인정 신청 제한 및 취소 등 행정처분을 강화했다.

 

특히 학사운영 전체를 위탁하는 경우 교육훈련기관이 거짓 또는 부정한 목적으로 평가인정을 받은 것으로 간주하고, 즉시 평가인정을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은 기존 위탁으로 운영되던 학부교육을 직영으로 전환하면서 교육부 정책에 부응하는 듯 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경기도 K대학 부설 평생교육원은 2016년부터 학사운영 전반에 관한 관리를 학부장 체제에서 전담교수 체제로 변경, 학부운영 방식을 직영으로 전환했다. 교육부가 법 개정을 통해 학점은행제를 위탁으로 운영하는 것을 전면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대학의 직영체제는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 등 외부기관의 감사에 대비한 표면상의 운영방식일 뿐 역할분담과 수익배분 구조는 기존과 다르지 않았다. 위탁업체는 학부 홍보부터 수강생 모집, 학부교육 운영 및 관리 등 모든 제반 사항을 책임졌고, 대학은 학위 수여와 수강료 수납 및 관리, 운영경비 지출 등을 담당했다.

 

20171학기 수강료 총액은 591325960원으로, 대학은 이 가운데 2921186, 35.38%를 수익으로 가져갔다. 대학은 직영화로 포장하기 위해 회계적 편법을 선택했다. 교수와 강사 인건비, 강사료 등을 개개인의 통장으로 지급하고, 홍보비 등을 직접 지출하며 업체에 수익을 보전해 준 것이다.

 

위탁업체는 실제 근무하지도 않는 여러 사람의 명의를 통해 인건비를 지급 받고, 부풀려진 홍보비를 홍보업체로부터 되돌려 받는 방법 등을 통해 각종 운영 경비로 사용했다. K대학 평생교육원에서 학부를 맡아온 B교수는 "지금도 학생 모집은 대학이 아닌 위탁을 맡은 교수들이 사비를 들여 광고를 하고 기업체나 고등학교 등을 찾아다니며 직접 모집하고 있다"라고 귀뜸했다.

 

이와 관련해 해당 대학 관계자는 "위탁은 협정을 맺어 운영되는 것인데 우리 학교는 전담교수가 책임을 지고 운영하기 때문에 당연히 직영"이라며 "인건비와 홍보비 등 모든 지출은 학교에서 지급되기 때문에 위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대학이 인건비 등을 직접 지출한 근거와 협약서도 없이 암묵적으로 학점은행제를 위탁운영하면 외부기관 점검에서 교묘히 빠져나갈 수 있다.

 

교육 당국 역시 교육훈련기관 운영실태 조사에서 대학이 교수 등을 고용했다고 주장하면 위법행위를 적발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에서 교수를 고용하지 않고 타 업체에 위탁을 했다면 당연히 불법이지만 직접 교수를 고용한 것이라면 불법이라고 보기가 쉽지 않다"면서 "관리 사각지대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같은 경우는 법리적 해석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에듀인사이드=변승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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