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선배를 가까이하라
인생 선배를 가까이하라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1.11.1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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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의 한중일 삼국지

필자에게는 세대를 불문하고 다양한 친구들이 있다. 특히 일본 유학 시절에 만난 스리랑카인 안와르는 가슴이 유난히 따뜻한 친구였다. 필자보다 몇 살이나 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는 훨씬 더 성숙한 면모를 지니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주변 친구들은 고민으로 괴로울 때나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혹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지치고 힘들 때마다 그를 찾곤 했다. 그에게는 상대방의 마음을 편하게 어루만져주는 데 남다른 재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고민이 생기면 그를 찾아가 힘든 일을 털어놓거나 조언을 구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궁금해져서 물었다.어떻게 그렇게 상대방을 편하게 다독거려주고, 상황에 맞는 조언을 해줄 수 있는지 말이다. 그의 대답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어려서부터 항상 연장자와 더불어 지내고 
어딜 가든 어른과 가까이하라는 가르침을 받으며 지내왔어.우리 집 가훈이기도 하지.
연장자는 머릿속에 보물 창고를 갖고 있고,그 보물 창고는 나이가 들수록 더 커진다고 
우리 부모님은 늘 말씀하셨어.”

경험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굳이 따로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사람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점점 더 성장하고 성숙해진다. 하지만 개개인의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연륜을 쌓는 과정에는 적잖은 난관이 따른다. 우선, 인생에 필요한 다양한 경험을 스스로 체득하는 데는 장구한 시간이 소요된다. 한 사람이 일생 동안 수없이 많은 경험에 부딪히고 그로 인한 깨달음을 체득한다 한들, 사실상 그것은 수천 년 이상 이어져온 인류 역사 속에서 축적된 진리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또한 경험에는 무수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경험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experience’는 ‘ex pericolo’라는 라틴어에서 유래되었다. 이를 풀이하면 ‘위험으로부터(from danger)’라는 뜻이 된다. 많은 위험 부담을 감내해야 얻을 수 있는 경험은 위험과 불가분의 관계를 이루고 있다. 개인이 많은 일을 직접 경험하고 그로써 삶의 지혜와 연륜을 축적하려면 그만큼의 위험과 고난,시행착오를 감내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같은 사실을 미루어볼 때,우리는 인생에 필요한 다양한 가르침을 취득할 ‘간접적 방식’을 더 적극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 그 방법은 수많은 경험을 먼저 해보았고 우리보다 더 풍부한 연륜을 가진 연장자가 가까이하고, 그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삶의 굴곡을 수백 번도 더 겪은 그들의 경험은 송두리째 우리 영혼의 피와 살이 될 것이고, 동시에 인생에 대한 안목이 더 깊어지고 넓어질 것이다.

‘에니어그램(Enneagram)’이라는 성격 심리학에 따르면 사람은 머리 유형, 가슴 유형, 장 유형으로 나뉜다. 물론 인간은 이 세 가지 모두를 가지고 있지만, 이 중 한 가지가 다른 두 가지 유형에 비해 비중이 높으면 그러한 성격이 두드러지게 된다고 한다.

나는 이 세 가지 성격 유형 중 머리 유형과 가슴 유형으로 노년기와 청년기를 구분하고자 한다. 삶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연륜과 지성은 풍요로워졌으나 신체는 노쇠해진 노년기를 ‘머리 유형’이라 한다면, 아직은 경험이 일천하지만 심신이 튼튼하여 열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청년기는 ‘가슴 유형’에 속한다.

이 같은 사실을 볼 때 인생은 참 공평하지 않은가. 만약 경험과 연륜이 풍부한 노년기에 몸도 청년처럼 건강하고, 경험과 연륜이 일천한 청년기에 몸까지 쇠약하다면 얼마나 불공평하겠는가. 비록 웃어른에 비해 연륜은 적으나 많은 일에 도전할 수 있는 에너지를 지녔다는 것만으로도, 청춘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능성 넘치는 시기에 보다 화창한 미래를 준비하고 싶다면 인생의 다양한 선배들과 최대한 더 가까이 지내라고 권하고 싶다. 책상머리에 앉아 ‘펜과의 대화’만 나누며 고민하는 것은 머리가 풍요로워진 노년기의 몫이지 청년기의 몫이 아니다. 보다 크게 성장하고 보다 멋진 미래를 맞이하려면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본분에 더 충실해야 한다. 그러니 연장자들의 ‘지혜 창고’와 ‘보물 창고’를 더 자주자주 열어라. 더 자주 발로 뛰고, 더 많은 사람들과 진심 어린 교류를 하라. 그것이야말로 청춘의 본분이요, 청춘기에 필요한 ‘진짜’ 인생 공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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