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산다는 것
'나답게' 산다는 것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1.11.02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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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의 한중일 삼국지

나에게는 좋은 친구들이 많이 있지만 그중 라오스 출신인 까몬은 내가 특별히 아끼는 친구다. 나이는 어려도 그에게는 배우고 싶은 점이 많이 있다. 어느 날 그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

“한국 사람은 왜 그렇게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하고 싶은 것을 당당히 하면 될 텐데,항상 주위를 둘러보고 남들을 의식하는 것 같으니 말이에요……”

그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자랐음에도 한국의 천편일률적인 문화가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모두가 비슷비슷하면 무슨 재미가 있나요.
게다가 자신과 남을 비교한다는 건 정말 피곤한 일이고요.”

잘났건 못났건, 남들이 좋아하건 싫어하건 모든 사람은 각자의 색깔을 지닌 고유한 인격체다. 그런 자신의 고유한 색깔을 버리고 타인의 시선 때문에 자기다운 삶을 살지 못한다는 것은 정말 큰 불행이 아닐까? 이와 비슷한 말을 하며 까몬은 집 앞 웅덩이에서 놀고 있는 오리를 가리켰다.

“저 오리들을 봐요. 오리라고 다 똑같은 오리가 아니에요.
쟤들도 다 저마다의 개성대로 살아간다고요.”

사실 외국인들이 한국을 바라보며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 매우 흔한 일이다. 중국인 친구 추이쩡이의 반응 또한 다르지 않았다.

“한국인은 너무 남을 의식하는 것 같아요.
무슨 행동을 할 때마다 항상 주위에서 어떻게 생각할까 고민하죠. 예전엔 일본인을 볼 때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지금은 한국이 더 심한 것 같아요.”

일본에서도 유학했었던 그는 자기 나름의 논리를 펼쳐가며 일본과 한국을 비교했다.

전통적으로 집단주의 성향이 짙었던 일본도 90년대에 들어서면서는 정책 방향이 많이 바뀌었다 .여유롭고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모습으로 변모해온 것이다. 과거의 일본 국민은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이라는 이름도 무색할 만큼 사회적인 틀 속에서 각박하게 생활했다. 때문에 ‘세계 최고의 자살률을 기록한 국가’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일본은 국민 개개인의 개성이 여느 나라 못지않게 강하다. 집단주의가 강했던 일본 사회에 개인주의가 팽배하게 된 것도 다 이 같은 과정을 겪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의 한국이 일본의 이 같은 행보를 뒤따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추이쩡이는 또 이렇게 말했다.

“중국이 사회주의를 지향한다지만, 사실 사회주의라는 옷은 한국에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한번 봐요. 중국인들은 남들이 심하다고 할 정도로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 멋대로의 삶을 살아가잖아요. 좋게 말하면 다양하고 다채롭게 살아가는 거고요.
이런 말을 하는 중국인한테 한국적 삶을 보여주고 ‘바로 이것이 선진국의 모습’이라고 한다면 
아마 대부분은 ‘그럼 난 선진국에 안 살아도 좋아’라고 말할걸요.”

올해 5월에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가 발간한 '나라경제 5월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 2018∼2020년 평균 국가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5.85점이으로, 전체 조사 대상 147개국 주 62위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았다.

이를 OECD 37개국으로 범위를 좁힌다면 35위로, 한국보다 점수가 낮은 OECD 국가는 그리스(5.72점)와 터키(4.95점)뿐이었다. 국가 행복지수는 국가별 국내총생산(GDP)과 기대수명, 사회적 지지 등의 범주를 바탕으로 집계하는 지수로, 1위를 차지한 핀란드(7.84점), 2위 덴마크(7.62점), 3위 스위스(7.57점) 등과 커다란 격차를 보였다.

나는 우리네 삶이 이토록 팍팍해진 이유 중 하나로 한국인의 천편일률적인 가치관과 생활 패턴을 꼽고 싶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남보다 뒤처질까 봐 전전긍긍하며 한 방향을 향해 달리고 있지 않은가. 아무리 좋은 법칙이라도 그것이 모든 사람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보장은 없다. 가령 ‘아침밥을 챙겨 먹는 것이 몸에 좋다’고들 말하지만, 이것이 모든 사람에게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백 명 가운데 80%는 아침 식사로 든든해지는 반면, 나머지 20%는 소화불량과 같은 부작용에 시달린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스컴은 너도 나도 의학 논문이나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며 천편일률적인 정보를 보도하고, 이로써 아침식사는 ‘반드시 해야 하는 것’으로 굳혀졌다. 그렇다면 아침 식사가 맞지 않는 나머지 20%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수의 범주에 안전하게 속하기 위해 억지로 아침을 먹으며 위장을 혹사해야 할까?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려면 ‘평균’이라는 사회의 잣대에서 좀 더 자유로울 필요가 있다. 출생 환경부터 성장 배경, 성격과 취향 등 모든 것들이 제각각 다른 우리 모두에게 딱 들어맞는 ‘정답 인생’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맞지 않는 옷, 마음에 들지 않는 옷에 제 몸을 구겨 넣어본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으며 또 그런 삶에 무슨 행복이 찾아오겠는가. 차라리 자기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을 찾아 자기만의 스타일을 즐기는 것이 사람답게 사는 진정한 삶이 아닐까? 단 한 번뿐인 인생을 낡은 틀 속에 억지로 끼워 맞추지 말고 그대 자신만의 색깔을 마음껏 발산하라. 획일적인 길에서 벗어나 ‘나답게’ 사는 것이야말로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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