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무대가 그대를 기다리고 있다
더 큰 무대가 그대를 기다리고 있다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1.10.0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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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의 한중일 삼국지

코로나 시절 이전까지만 해도 유학이나 연수로 외국에 나가는 젊은이들이 많지만, 그만큼 중도에 포기하고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 앞날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나름 큰 포부를 안고 나갔다가 현실적인 여건에 부딪혀 돌아오는 것이다.

필자는 설혹 포기하고 돌아오는 한이 있더라도 젊은 시절에 어떤 방식으로든 해외 경험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해외에서 만난 한국의 젊은이들로부터 한결같이 들은 말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해외로 나온 뒤 세상을 보는 시야가 훨씬 넓어졌고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였는지 깨달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필자 역시 집을 떠나고 나서야 비로소 철이 들고 세상을 보는 시각, 조국을 보는 시각이 넓어졌다. 무엇보다 나 자신과 주변을 돌아볼 계기가 되었다.

필자가 처음 외국 진출을 꿈꾼 것은 군대를 전역하고 3학년 복학을 앞두고 있을 때였다. 여전히 가난한 고학생 신분이었지만, 해외여행이 일반인들 사이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진 만큼 가까운 나라 일본에라도 꼭 가보고 싶었다. 군대 말년에 심심풀이 삼아 시작한 일본어 공부가 그 계기이기도 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친구의 부모님이 회사 주재원으로 일본에 체류 중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 말을 들은 필자는 꿈을 위해 뻔뻔해지기로 했다. 며칠이나마 친구 부모님 곁에서 신세를 지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때부터 아침마다 신문을 돌리고 저녁에는 우유를 배달하며 여행 자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힘들게 모은 돈으로 난생처음 비행기에 몸을 싣던 날, 필자의 가슴은 기대감과 설렘으로 마구 요동쳤다.

그곳에서 적잖은 문화 충격을 받았다. 물론 해외여행 경험이 처음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동안 한국에서 알고 있던 일본과 그곳에서 직접 겪는 일본의 차이가 너무도 컸기에 하루하루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예정된 귀국일이 가까워지고 수중의 돈이 떨어질수록 더 머무르고 싶은 마음에 조바심이 날 정도였다.

귀국을 며칠 앞둔 어느 날, 여행이 끝나간다는 아쉬움에 홀로 오사카 시내를 걷다가 그만 길을 잃어버렸다. 행인을 붙잡고 어설픈 일본어로 길을 물었는데 다행히도 그는 재일교포였다. 필자와 그는 자연스럽게 몇 분간 대화를 주고 받았고, 일본에 더 머무르고 싶어 하는 내 사정이 딱해 보였던 그는 일본인이 경영하는 식당을 소개해주었다.

그 이후 내 생활은 한국에서의 일상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낮에는 일본어 학원에서 공부하고 밤에는 접시 닦는 생활을 하면서 그야말로 ‘살인적인’ 일본 물가를 감내해야 했다. 식비를 아끼려고 아침은 먹지 않고, 점심은 하얀 밥에 고추장을 비빈 도시락으로 대충 때웠다. 그런 생활을 계속하다가 앰뷸런스에 실려 가는 사태를 맞기도 했다. 무리한 일과 속에서 밥도 제대로 먹지 않아 몇 번이나 코피를 흘리면서도 막무가내로 버틴 결과였다. 말할 수 없이 고생스러운 나날이었지만 그 시절의 경험을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다. 그 경험을 계기로 일본에서 석사 학위로 땄고, 안주하기보다는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는 삶의 여정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많이 부족한 필자가 지난날의 소소한 경험을 이렇게 들려준다는 것이 쑥스럽기는 하나, 이를 통해 한 가지 꼭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 시절 모든 것이 낯설고 험난하기만 한 외국 땅이었지만, 매사에 눈을 또렷하게 뜨고 치열하게 살다 보니 앞이 보이더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나 둘씩 경험해가다 보니 성과가 쌓이고, 그 성과에 힘입어 또 다른 도전을 시도할 수 있었다. 이런 행동에 탄성이 붙으면 어느새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도 커지고, ‘도전하는 삶’에 익숙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도전이 주는 설렘과 자극은 그대의 청춘을 열정으로 펄펄 뛰게 만들 것이다. 그대도 훗날 인생 후배나 그대의 자녀에게 자랑스레 들려줄 만한 뜨거운 도전을 하나쯤 시도하기 바란다. 그 과정에서 흘린 땀과 눈물은 그대의 앞길을 밝힐 기적의 불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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