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공부'가 진짜 공부다
'발 공부'가 진짜 공부다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1.09.28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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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의 한중일 삼국지

“일하라. 더 많이 일하라. 끝까지 일하라!”

독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가 청년들을 향해 한 말이다. 나는 이 말을 다음과 같이 바꿔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다.

“움직여라. 더 많이 움직여라. 끝까지 움직여라!”

매사에 주저하고 소심한 사람은 많은 일들을 불가능한 일로 여긴다. 하지만 집 안에서 바라보는 창밖의 세상은 결코 현실감 있게 다가오지 않는 법이다. 망연히 집 안에 앉아 창문만 바라보는 동안 바깥세상 사람들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변한다.

때로는 머리보다 발을 굴릴 필요가 있다. 이제 집 밖으로 걸어 나와서 세상을 온몸으로 느껴보자. 삶을 제대로 살려면 지성만으로는 부족하다. 도서관 안에서의 ‘손 공부’ 못지않게 ‘발 공부’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강연을 할 때 늘 ‘대학 문을 박차고 나가라’고 강조한다. 교내에서 전공 분야에 대해 연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존재하는 수많은 이론들이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되고 응용되는지 발견하는 것 또한 매우 가치 있는 공부이기 때문이다.

‘손 공부’ 보다 ‘발 공부’에 더 적극적이었던 나는 미국 로스쿨에서의 유학 생활이 다소 고역이었다. 학교 특성상 도서관 공부 위주로 매달리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 하루 24시간 중 순수하게 책에만 집중한 시간이 평균 열네 시간에 이를 정도였다. 그렇다면 그 때 그토록 열심히 머릿속에 입력해 두었던 내용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공부했던 이론도 그저 가물가물 떠오르는 수준이다.

한편 일본 게이오 대학을 다니던 시절은 완전히 달랐다. 나의 성향을 존중해주고 지원해주는 지도 교수님 덕분이었다. 일본 국제법 학회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저명한 국제법학자인 그분은 포용력이 아주 남달랐다. 자신과 전혀 다른 이론, 취향, 성격을 지닌 사람일지라도 있는 그대로의 그들을 인정해 주었다. 제자들의 성향에 따라 최대한 능률을 발휘하도록 해준 교수님의 배려 덕에, 나는 ‘발로 뛰는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시절 캠퍼스 밖에서 맺은 많은 인연은 지금 내 삶의 소중한 시금석으로 남아 있다.

철학자 루소는 말했다.

“산다는 것은 호흡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이다.”

열정적인 삶을 사는 데 발 공부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를 일깨워주는 말이다. 요즘 청년들은 국내의 과도한 스펙 경쟁 때문에 도서관에 가지 않거나 학교에서 멀어지면 불안감을 느끼는 것 같다. 하지만 책으로 읽고 외운 지식이 얼마나 오래가는가? 행동하고 실천하는 지식이야말로 인생의 귀중한 재산이 아닐까? ‘얻으려면 움직여라’라는 평범한 진리를 떠올려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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