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해외 취업에 실패하는 이유
그들이 해외 취업에 실패하는 이유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1.07.2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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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의 한중일 삼국지

현재 코로나로 인해 해외 취업의 기회는 잠시 멈춰 있지만, 그 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인재로 활약하는 청년이 점점 늘고 있었다. 하지만 늘 성공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도 취업 전쟁에서 번번이 탈락의 고배를 마시는 사람들이 분명 존재한다.

내가 지도했었던 취업 연수 과정의 평균 취업률은 대략 60% 전후인데, 이를 바꿔 말하면 40% 정도의 청년들(유학생과 취업 연수생들)이 취업에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그 중 취업 의사가 없는 일부 학생을 제외하고 20~30% 정도는 의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못하는 경우다.

또 취업에는 성공했으나 중도에 포기하는 청년들도 있다.지금껏 구인 기업과 구직자를 연결시켜준 경험들을 미루어볼 때, 해외 취업에 실패하는 사람들이 전형적으로 갖고 있는 몇 가지 요인이 있는 것 같다.우선 구직자들에게 거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두 가지의 주된 요인을 꼽아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는 근거 없는 자만심이다. 취업에 실패한 이들을 가만히 지켜보면 자신감은 넘친다. 문제는 그 도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자신의 능력을 너무 과신한 나머지 눈높이가 한껏 올라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편 일부 청년들은 은연중에 ‘어떻게 중국인들을 나와 비교할 수 있어’ 혹은 ‘아직 후진국인 중국은 한국하고는 비교가 안 돼’라는 식의 마음을 갖고 있다. 이런 마음 자세는 현지에 적응하고 성공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그들의 자만심은 이를 바라보는 현지인들의 마음까지 불편하게 한다. 그들이 모르는 모국어로 몰래 수군대고 욕한다 해도 그러한 감정은 표정과 눈빛으로 어떻게든 드러나게 되어 있다.

사회생활에서든 인간관계에서든 백 마디 번지르르한 말보다는 진심 어린 자세와 눈빛이 중요하다. 태도 하나로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을 그르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일도 거뜬히 해치우는 사람이 있다. 마찬가지로 취업에 대한 문제도 본인의 태도에 따라 결과가 확 달라진다. 앞서 말했듯이 자신의 눈높이와 현실 사이의 괴리 때문에 방황하고 실패하는 청년들이 아주 많은데, 개중에는 그렇게 겨우 취업하고도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악화되어 그만두는 친구도 있다.

N군은 서글서글하고 쾌활하며 친화력도 좋아서 내가 내심 기대했던 연수생이었다. 교내외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던 그는 중국 비즈니스 현장에서 종사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강사들과의 교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모든 일에 능동적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를 찾는 사람들이나 기업이 늘어갔고, 그 과정에서 N군은 여러 가지 좋은 조건의 제안도 받았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되었다. 여기저기서 그에 대한 칭찬이 이어지고 그를 찾는 곳이 늘어나자 N군은 초심을 읽고 자만하기 시작했다. 당당함이 지나쳐서 오만하게까지 느껴지는 그의 태도에 사람들은 하나 둘 떠났고 이런저런 나쁜 말까지 나돌았다. 이런 과정에서 N군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은 상처를 회복하지 못하고 중국을 떠났다. ‘중국에서 반드시 내 꿈을 펼쳐보고 말겠다’며 동분서주했던 그의 열정이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가고 만 것이다. 혈기 왕성한 청춘에, 특히 재능이 많은 친구들은 이런 실수를 범할 때가 많은데, 그런 실수마저도 더 성숙해지는 과정 속의 공부로 삼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다.

해외 취업에 실패하게 되는 또 하나의 요인은 바로 안일한 자세다.새로운 시도를 위해 해외를 찾았으면 배수진을 치는 심정으로 덤빌 법도 한데, 청년들 가운데는 ‘뭐,하다 안 되면 돌아가면 되니까’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 이들이 많다.

일반적으로 해외 취업 연수를 온 청년들은 다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한국에서의 취업이 여의치 않아 차선책으로 온 경우와, 처음부터 해외 취업에 관심을 갖고 나선 경우다. 그런데 이 두 부류의 취업률은 현저한 차이가 난다. 말하자면 ‘수동적인 계기’에 의해 온 학생들은 마음 자세 또한 수동적이고 ‘포기가 준비된’ 태도를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잘될 일도 도중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가령 현지 기업과의 면접에서 “중국에서 어느 정도 일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한 2, 3년쯤 생각하고 있습니다.”는 식의 순진한 대답을 하는 이들도 꽤 된다. 치열한 생존 경쟁이 벌어지는 글로벌 비즈니스의 최전선에서 ‘뼈를 묻을 각오로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가짐을 보여도 모자랄 판에 ‘몇 년 후 귀국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사람을 기업이 뭣 하러 뽑겠는가. 이처럼 취업에 성공하려면 칼을 뽑기 전에 먼저 확고한 각오부터 다져야 할 것이다.

또 한 명의 연수생 K군은 ‘뜨고 있는 중국을 더 알고 싶고 또 이곳에서 기회를 잡고 싶다’고 연수 참가 동기를 밝혔다. 그리고 다행히 연수 초기부터 한 기업과 인연을 맺었다. 그런데 비교적 쉽게 취업이 되어서일까, 초심을 잃고 안일한 생각에 빠져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퇴사했다. 뒤이어 다른 기업을 추천 받아 들어갔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너무 힘들어서 어쩔 수 없었다’는 그의 퇴사 사유를 들어보면 그저 갓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으레 겪는 일반적인 고초에 불과했다.

자신이 가진 조건이 불리하든 유리하든, 결국은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똑같이 불리한 조건이라도 어떤 이에게는 걸림돌이 되는가 하면 어떤 이에게는 더욱 노력하게 만드는 자극제가 된다.

해외 취업은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다.하지만 그만큼의 매력이 있다. 자만심을 버리고 현지를 편견 없이 수용하는 겸손한 자세로 다가갈 자신이 있다면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 학연과 지연에서 자유로워지는 만큼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도, 더 많은 결실을 거둘 수도 있을 것이다.단 언제 어디서 다가올지 모를 기회를 꿰뚫어보는 눈, 주변의 모든 사람을 스승으로 삼을 줄 아는 겸손한 자세는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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