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을 노려라
다국적 기업을 노려라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1.07.1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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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의 한중일 삼국지

중국 경제의 무한한 가능성에 주목한 외국 기업들의 중국 진출이 매년 늘어가면서, 중국 현지 취업 지망생들도 늘어가는 실정이다. 이들이 가장 큰 ‘벽’으로 삼는 것이 있다면, 바로 언어다. 대개 중국에서 활동하려면 중국어 실력이 아주 유창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만도 않다. 중국 현지에서 일하는 한국인에게 외국 기업이 바라는 것은 국내 업무가 아닌 한국을 비롯한 외국과의 업무다. 따라서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이면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편, 중국 내 외국 기업들은 각기 다른 본국의 관습 및 문화와 성향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이 반영된 독특한 기업 문화가 있다. 중국 기업의 경우를 살펴보면, 타국에 비해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낮으므로 외국인 직원에 대한 대우 역시 낮은 편이다. 현지 한국 기업의 대졸 초임이 평균 1만 위안(한화로 약 175만원)안팎임에 비해 중국 기업의 초임은(기업 및 인재의 개인적 역량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대게 5~6천 위안(한화로 약 87만원~100만원)정도에 불과하다.

물론 이는 중국의 일반적인 물가나 현지인들의 생활을 고려하여 책정된 금액이다. 말하자면 한국 내에서 물가 등을 고려하여 받는 일반적인 초임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정도 금액을 받으면서 현지의 한국인들은 한국에서보다 가격이 더 비싼 현지의 한식을 사 먹고 역시 더 비싼 국산 생활용품을 현지에서 구입하며 살아야 하므로 턱없이 낮은 임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부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기업에 취직하면 일상적으로 현지인을 상대하면서 뛰어난 중국어 실력을 다질 수 있고, 그들과의 생활 패턴을 익힘으로써 생활면에서 보다 빨리 현지화가 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중국 비즈니스 세계를 확실히 파악할 수 있어 후일에는 더 값진 자신이 되는 것이다. 중국계 기업에서의 근무 경험을 토대로 현지 생활에 잘 밀착된 인재는 스카우트 시기도 빠르다. 현재 이런 인재들의 수요는 점점 많아지는 추세이며 대우 또한 좋아지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기업 문화는 미국과 유사한 점이 많아서 능력 있는 인재들은 개개인에 따라 충분히 대우한다. 따라서 중국 기업 입사는 초기에는 경제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아 지칠 수 있지만 먼 미래를 바라보면 좋은 투자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일본계 기업에는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한국인들은 일본의 기업 문화에 적응하는 것이 녹록지 않다. 한없이 꼼꼼하고 빈틈없는 일 처리에 숨이 막힐 지경이 되고, 한국계 기업에서처럼 주말이나 휴일에 출근하는 상사들을 모른 체하고 쉴 수도 없으니 말이다. 또 일반적으로 일본계 기업들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개념이 통하지 않는다. 그들은 성장보다는 위험의 최소화에 역점을 두고 일한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도, 진취적이고 적극적이라 평가되는 한국인들에게 일본계 기업은 성향이 맞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점들이 바로 일본계 기업의 강점이기도 하다. 고속 성장을 위주로 하는 한국 및 중국 기업들을 포함한 다른 외국계 기업들이 변화무쌍한 비즈니스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을 때도, 안정을 추구하는 일본 기업들은 기본이 탄탄한지라 그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다. 실제로 2008년 경제 위기 당시만 해도 대거 철수했던 미국계 기업이나 한국계 기업과 달리 일본계 기업은 이들 경쟁 기업들이 철수하는 가운데에서 어부지리를 챙겼다. 따라서 일본계 기업에 입사하면 보다 안정된 환경 속에서 일할 수 있다. 또한 일본인 특유의 꼼꼼하고 치밀한 계획과 일 처리 등을 몸에 익힘으로써 자연히 한국인에게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기에 훗날 필요한 경쟁력을 훨씬 높일 수 있다.

이에 비해 미국계 기업을 비롯한 서구 선진국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확실한 능력 위주다. 미국계 기업이 한국인을 채용하려는 본질적인 이유는 ‘한국 시장을 담당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또 기업의 입장에서는 직원이 이러한 역량을 갖춘 동시에 영어에도 능통하면 동북아 전체의 마케팅 전략에 매우 유용하므로 엘리트 직원으로 성장시킬 것이다. 미국계 기업이나 서구 선진국 기업들은 엘리트 직원들에 대한 대우에 전혀 인색하지 않다. 실제로 연령이나 직급 여하에 관계없이 제대로 된 실력만 발휘하면 두 배 이상의 대우를 해주기도 한다.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그들 입장에서는 한 사람이 몇 사람 몫의 능력을 발휘할 때 두세 배 정도의 대우를 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이다.

K군은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직장 생활을 몇 년 하다가 중국에서의 기회에 눈뜨고 상하이로 오게 되었다. 취업 연수 프로그램에 처음 참가했을 당시 그는 서른한 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였다. 하지만 한국에서 소규모 무역회사에 다닌 덕에 영어와 일본어를 어느 정도 구사할 수 있었으므로 취업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의 영어 실력은 제법 유창한 편이었고 직장 생활 중 학원도 다니며 꾸준히 공부해온 덕에 일본어 실력 역시 일상 대화에 능숙한 수준이었다. 문제는 중국어였다. 당시 그의 중국어 실력은 이제 막 공부를 시작한 초보 학생 수준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해외 유학 경험이라고는 전혀 없는 그의 학습 진도는 유난히 빨랐다. 국내에서 제 나름대로 습득한 학습 노하우가 한몫을 했고, 중국어 공부에 무섭게 몰입한 그의 생활 태도 때문이기도 했다. 그는 영어를 사용하는 중국 학생뿐 아니라 다른 외국인들을 만날 때도 영어나 일본어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고 중국어만 사용했다. 그렇게 1년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그의 중국어 실력은 놀랄 만큼 향상되어 있었다.

이때부터 그는 여러 다국적 기업에 입사 원서를 내기 시작했고 몇 군데를 골라 면접을 보더니, ‘제시한 대우가 가장 좋고, 또 한국과 중국, 일본을 모두 아울러 담당하는 업무도 마음에 든다’며 미국계 기업으로 입사했다. 이후 그는 한국 및 일본은 물론 미국 본사로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이처럼 외국에서는 다른 무엇보다 실력 위주로 인재를 채용하고 평가한다. 배경이나 학벌 등은 뒷전이다.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추면 한국계 기업뿐 아니라 다양한 외국계 기업이 손을 뻗어 기회를 준다. 설사 나중에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외국계 기업에서의 경험은 국내에서 한층 더 높이 도약할 발판이 될 것이다. 실패와 위기를 극복할 용기만 있다면 얼마든지 노려볼 만한 기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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