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 한국인들이 바라보는 한국·한국인
재외 한국인들이 바라보는 한국·한국인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1.04.20 16: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수근의 한중일 삼국지

외국 생활을 하다 보면 한국인에 대해 화끈하다, 배타적이다, 다혈질이다, 정이 깊다, 오만하다 등 원하건 원하지 않건 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그런데 한국에 대한 이러한 인식(이미지)은 단지 외국인들의 견해만이 아니다. 한국 교민들이나 상사·주재원, 유학생들과의 대화에서 들은 경우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럴 때면 종종 그 사람들 견해의 옳고 그름을 떠나 그 사람들에 대한 어떤 안타까움에 젖어 들기도 한다. 외국에서 한국을 말하는 한국인들을 바라보며 느껴지는 안타까움이란 과연 무엇일까? 중국을 한국보다 경제적으로 덜 발전된 개발도상국의 대표로, 일본을 한국보다 경제적으로 더 발전한 선진국의 대표로 삼아 그 내막을 소개한다.

“음, 과연. 일본은 이러니까 선진국이구나.”

“일본은 이런데 우리는 왜……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아직 안 돼!”

이는 일본이나 미국 등에서 지내면서 접하게 되는, 그곳 한국(계) 사람들이 생각하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 중 하나다. 예를 들어 보겠다. 누가 이제 막 청소를 끝낸 듯 말끔한 거리, 그 거리를 달리는 자동차는 마치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사거리에서 양보를 하려 기다리고 있다. 인도에서는 활보하는 사람들끼리 잠시 옷깃이라도 스치게 되면 곧 죄송하다는 사과를 한다. 지하철이나 버스 정류장에서는 차례를 기다리며 길게 늘어서 있는 선진국 사람들의 ‘선진적’ 모습! 이에 비해 한국은? 경제적으로 급속하게 발전하였고 지금은 OECD의 일원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멀었어.” “너무 이기적이며 과격하고 또 정직하지 못해.” 하는 생각들이 여전히 비일비재하다. 그 결과 선진국에 거주하는 한국인 중에는 현재 살고 있는 곳과 비교하며 한국에 대한 상대적인 열등감이나 비하 의식을 짙게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러니까 경제 발전,경제 발전 해도 중국은 아직 멀었다니까.”

“우리나라도 이전에는 그랬었지, 역시 우리 한국은……”

중국을 비롯하여,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아직 뒤쳐지고 있는 곳에 사는 한국(계)사람들의 이야기 가운데 하나다. 위에서 살펴보았던 예를 들어 이들 나라를 설명해 볼까? 거리는 온갖 쓰레기로 너저분하고 자동차나 오토바이, 자전거는 서로 먼저 가려고 교통질서나 법규는 아랑곳없이 경적을 울려 대며 비키라고 요구한다. 인도를 지나는 사람들도 굵직한 가래침을 난사하거나 화장지나 담배꽁초 등의 오물을 거리낌 없이 버린다. 거리를 거닐다 어깨라도 부딪히게 되면 이내 도끼눈을 뜨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는 아직까지 힘센 자가 우선인 사회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이와 같은 ‘후진적’인 모습이 거의 사라지질 않았는가. 이러니 역시 한국이 좋지 않은가. 그 결과 개도국에 사는 한국인 중에는 그들이 거주하는 국가는 필요 이상으로 비하하고 한국에 대해서는 필요 이상으로 과대평가하곤 한다. 현지 사람들에 대해 ‘로컬’이라는 비칭과 함께 그들과 거리를 두며 지내는 편협한 오만마저 보이는 것이다.

이처럼 선진국 일본과 개발도상국 중국에 사는 한국 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적잖이 상반된다.대부분의 경우, 그들이 처한 주재국의 환경과 비교하면서 한국을 과대평가 혹은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을 탓할 수만은 없지만,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기도 하다.

균형 잡힌 감각의 중요성.우리는 흔히 자기를 둘러싼 환경 속에서의 경험과 한두 개의 매스컴, 매체 등을 통해 많은 것을 판단해 버리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예를 들면, 중국인의 고아한 품위가 잘 보이지 않는다. 일본인의 각박한 생활이 간과되기 십상이다. 미국인이 왜 비참한지 이해하기 힘들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경제적’ 측면에서 한국보다 나은 곳에 가면 과대한 자기 비하 의식에 빠지기 쉽고, 반대로 한국보다 뒤쳐진 곳에 가면 위험한 자만과 오만에 빠지기 쉬운 것이다. 그런데 과연 한쪽에서만 바라보는, 그것도 주로 ‘경제’라는 한 가지 요소에 의거해 조망되는 대상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한국의 도로를 주행하는 자동차를 바라보며 한국인들의 선진적 교통질서 수준을 칭찬하는 모습과, 동일한 상황을 바라보며 한국인들의 후진적 교통질서 수준을 개탄하는 상반된 모습이 공존하는 것이다. 물론 이 두 가지 모두 그릇된 시각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느 한쪽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잘 나타내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이와 같은 측면에서 나는 선진국과의 경험이 있는 사람은 개도국에서의 경험을, 개도국에서의 경험이 있는 사람은 이번에는 선진국에서의 경험을 쌓기 위해 노력하라고 강조한다. 선·후진적 환경을 고루고루 접하는 가운데 서서히 객체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이 다져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자세는 대단히 중요하다. 균형 감각이야말로 바로 우리 자신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해 바르게 진단하고 이에 필요한 처방과 노력으로 우리의 나아갈 길을 올바르게 다져 나갈 수 있는 근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