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의 한국·한국인의 이미지
중국에서의 한국·한국인의 이미지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1.04.13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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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의 한중일 삼국지

작년 초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전까지만 해도 중국으로 향하는 한국인의 발길은 지속되었다. 미국 다음으로 큰 중국 시장이 바로 한국 옆에 있다 보니, 중국으로 기회를 찾아가는 한국인이 늘어나는 것은 이해가 가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밀려들고 있는 한국인에 대해 중국인들은 어떠한 이미지를 갖고 있을까? 중국인들의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를 고찰해 봄으로써 우리 스스로를 한번쯤 돌아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먼저 한국인의 이미지에 관한 나 자신의 에피소드 한 가지를 들어 보겠다.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이 든 것을 하나 소개한다. 나는 그동안 25개국 이상을 드나들며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과 교류하여 왔다. 이들 외국인들은 당연히 한국에 대해 다양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 중 한국을 ‘작은 나라’라고 호칭하는 이들은 없다. 그런데 예전에 한 번 중국의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한국에 대해 ‘중국 옆에 위치한 작은 나라’라는 소리를 처음 듣게 되었다. 소국小國이라니? 그때의 그 큰 충격은 정말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러한 중국인들의 인식은 그들의 일상생활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중국은 일본을 가장 싫어하고 비난하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그런 감정이 없어요. 그렇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이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랍니다.이 사람들은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 즉 중국의 동쪽에서 중국에 대한 예의를 다해 왔던 순종적인 국가, 다시 말해 중국과 상대가 안 되는 ‘아우’인 한국을 굳이 미워하거나 나쁜 감정을 가질 필요가 없기 때문에 싫어하지 않는 거지요.”

중국 여러 곳에 사업처를 두고 분주히 움직이며 살아가는 한국인 정 모씨의 씁쓸한 분석이다. 그런데 그의 말처럼 유감스럽게도 중국인 사이에서는 한국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인식이 공유되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이야 뭐,경제적으로는 부유해졌다지만……”

“한국에 대해서 아냐고요?음,경제 발전과 한류, 그 외에는 잘 모르겠는데……”

“한국은 우리 중국 문화 및 전통과 맥을 함께하는 부분이 많지 않은가요?”

아울러 이와 같은 중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재중 한인들로부터도 확인된다.

“중국은 그동안 역사의 흐름과 압도적 국력 차이 등으로 인해 한국에 대해 이렇다 할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죠. 다행히, 최근 들어 우리의 경제성장과 한류 등에 힘입어 조금씩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만 그래도 아직 뇌리 깊숙한 곳까지는 자리하고 있지 못합니다.”

“우리가 누구입니까? 작은 고추 아닙니까? 중국인들에게 작지만 매운 우리의 존재를 인식시켜 주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의 이미지를 전반적으로 진작시킬 수도 있을 테니까요.”

상하이 한인회가 주최한 한 행사 뒤 마련된 뒤풀이 자리에서 또 다른 재중 개인사업가들이 들려준 말이다. 그러면서 이들 재중 한인들은 이러한 의미에서 더욱 많은 한국인들이 재중 한인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더욱 많은 한국인들이 들어와 우리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수교 직후 중국에 들어온 사람들은 한마디로 ‘맨땅에 헤딩할 불굴의 각오’로 들어온 사람들이죠. 그들은 검증되지 않은 사회주의 ‘죽의 장막’ 중국에서 몇 안 되는 한국인끼리 의지해 가며 밤낮을 뛰고 또 뛰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국인들을 처음으로 직접 접하게 된 중국 사회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미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한국인들은 정말 성실히 일합니다. 일하는 자세에 경의를 표합니다.”

“상당히 세련되고 신사적인 사람들인 것 같아요. 우리가 잃어버린 경로효친의 전통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어 경의를 느끼게 되는군요.”

수교 이후 초창기 재중 한인들의 피땀 어린 노고가 한국인에 대한 호의로 중국 대륙에 뿌리 내리게 된 것이다. 한편 중국에서의 성공담이 전해지자 더욱 다양한 한국인들이 황해를 건너기 시작한다. 하지만 어디 남의 돈 벌기가 쉬운 일인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기 마련이요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지 않은 법이다. 재중 한인 사이에서도 어느덧 하잘 것 없는 국민총생산 수치에 놀아나는 어리석은 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중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일부 한국인들이 중국의 부정적 모습만을 너무 부각하여 필요 이상으로 중국을 깎아 내리며 비하하는 모습을 종종 접할 수 있다. 한국에서의 그들 삶은 과연 어땠는지 모르지만, 중국에 대해 뭐가 그렇게 불만이 많은지 입만 열면 중국을 비하한다.

재중 한인들과 함께하는 저녁식사 자리에 그들은 앞서 밝힌 정 씨에 대한 칭찬이 자자했다. 중국에서 크게 성공한 몇 안 되는 한국인 중 한 사람이기 때문이란다.그 정 씨가 소주 한 잔 권하며 들려준 그 성공의 최대비결은 이렇다.

“우리가 단지 중국보다 조금 더 잘 산다고 상대를 업신여겨서는 안 되죠. 허름한 인민복 차림이라도 이들이 결코 단순무지한 사람들만은 아닙니다. 나의 것이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것도 소중하잖아요. 중국을 알고 중국인을 존중하는 가운데 나의 성공도 기대할 수 있으며, 이 가운데 우리의 이미지도 더욱 고양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중국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은 중국 땅을 밟기 전에 이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곰곰이 되새겨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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