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사회에서 열린 사회로 (下)
닫힌 사회에서 열린 사회로 (下)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1.01.19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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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의 한중일 삼국지

북한에는 두개의 ‘당’이 존재한다고 한다. 하나는 북한의 집권 ‘노동당’이고 나머지 하나는 물건을 사고 파는 ‘장마당’이다.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노동당보다는 장마당의 힘이 점점 더 세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자녀들에게 과목마다 과외선생님을 붙여주는 가정도 늘고 있다고 한다. 그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라서 해외에 나가 막노동이라도 해서 돈을 벌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중국의 동북지역은 이미 북한의 노동력이 없으면 공장이 돌아가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그런데 이처럼 많은 북한의 노동자들이 해외에 나가 바깥세상을 보고 돌아간다는 것은, 북한의 일반인들도 그만큼 국제사회가 돌아가는 모습을 잘알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게다가 북한에는 현재 약 500만대의 휴대폰이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고속버스도 생겨 사람들도 과거보다는 좀더 자유롭게 이동할수 있다고 한다. 이는 곧 북한 사회 전역이 과거보다는 훨씬 더 큰 폭으로 열리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2018년 평양에서 개최된 남북정상회담의 특별수행원으로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박원순 서울시장은 “북한은 우리가 생각하는것 보다 훨씬 더 많이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그에 앞서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이 “서울방문때 태극기 부대가 반대하는것 등은 있을수 있는거 아닙니까?”라며 보인 여유로운 반응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북한의 고위급 인사들 또한 우리 한국의 주요뉴스와 사회문제 등에 대해 소상히 파악하고 있는것 같다.

이들은 상대에 대해 적확하게 파악한 뒤 그에 맞게 대처하고 있는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북한이 우리보다 더 ‘닫힌 사회’가 아니던가. 우리는 아직도 20세기 냉전시기에서 기인한 선입견과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우리를 과연 얼마나 ‘열린 사회’라 할 수 있겠는가? 어떤면에서 우리는 ‘고인 사회’라 해도 과언은 아닐듯 하다. 고인물은 썩기 마련이다. 닫힌 사회 북한도 열리려하고 있다. 그런데 열린 사회여야할 한국은 고인채 썩어가고 있다. 이래가지고서야 대북전략을 비롯한 대중 및 대일 전략이 과연 얼마나 제대로 기능할것인가. 

‘무한한 변화vs 유한한 인식.’ 이 또한 내가《21세기 한중일 삼국지》에서 사용한 글귀이다. 이 역시 오늘날의 우리사회에 아직도 유효한것 같다. 국제사회는 무한하게 변화하고 있는데, 우리의 인식은 아직도 유한하기만 한것 같기 때문이다. 과거에 대한 고정관념과 선입견, 편견속에서 제대로된 외교나 교류 혹은 비즈니스가 가능할 것인가. 상대는 우리를 꿰뚫고 있는데 우리는 과거 타령만 하고 있으니 이 어찌 위기의식이 느껴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손자병법》에도 이르기를, “전승불복 응형무궁戰勝不復應形無窮”이라 했다. “전쟁에서 승리는 반복되지 않으니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라”는 것이다. 오호통재라, 오호애재라, 그야말로 ‘각주구검刻舟求劍’이 아닐수 없다. 

우리가 지금보다 더 열린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제대로된 지피知彼’와 ‘제대로된 지기知己’가 필요하다. 나는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는 격언에 일부러 ‘제대로된’이라는 표현을 덧붙여 강조하고 싶다.

과거의 중국도 중국이고 오늘날의 중국도 중국이다. 그 가운데 어느시절의 어떤 중국을 바라봐야 할지가 명확해야 한다. 다시말해 21세기의 대한민국이 주로 상대해야할 중국은, 과거 우리를 침략했던 당나라나 수나라의 제국주의 중국이 아니다. 또한 청나라 이후 쇠퇴하며 이후 100여년동안 암흑기에 놓여 있었던 그 중국도 아니다. 오늘날 우리옆에 있는 중국은, 강성하게 부상하고 있는 나라이다.

하지만 그 이면을 보면 아직도 가야할 길이 너무나도 멀고도 험난한 대국병을 앓고 있는 나라이다.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알수 없는 질풍노도의 사춘기와 같은 나라인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21세기의 중국을 상대해야 하기에, 다른 중국이 아닌, 바로 이 중국에 대해 제대로 지피해야 한다. 

아울러 ‘제대로 된’ 지기의 입장에서 ‘제대로’ 지피해야 한다. 20세기 과거와 같이 형편 없기만 했던 약소국이 아닌 21세기 중견강국으로 부상한 대한민국이라는 오늘날 현재의 입장에서 제대로 대응해야 한다는 게다. 그럴때만이 비로소, 한반도 관련국들과의 제대로된 윈윈전략을 수립하고 전개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상대방에 맞는 전략을 도출하고 추진해 나간다면, 전세계인에 제대로 인정받는 대한민국도 머나먼 미래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한국전쟁 당시, 미국의 아이젠하워Dwight Eisenhower 대통령은 휴전협정을 위해 2년간 무려 160여번에 걸친 회담을 가졌다. 몇번이고 포기하고 싶었고 또 치미는 분노로 인해 회담이고 뭐고 차라리 무력으로 끝까지 밀어붙일까 하는 번민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한 과정을 잘 겪어낸 결과 1953년, 드디어 휴전협정을 이끌어 냈다. 이과정에서 ‘Go to Korea!’란 말이 생겼다. 그뜻은, 다름아닌, ‘난제를 정면 돌파하다!’라는 뜻이다. 바로 우리가 그 ‘Korea’이다. 강자들 사이에서 반만년 유구한 문화와 전통을 꿋꿋하게 계승해 온 우리이다. 이제 우리의 시야를 시시각각 ‘업데이트’하고 ‘업그레이드’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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