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지 발행소'가 되어버린 언론 유감 (下)
'딱지 발행소'가 되어버린 언론 유감 (下)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1.01.0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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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의 한중일 삼국지

우리사회에는 유감스럽게도, ‘좀비언론’도 있는것 같다. 과거의 암울했던 역사에서 비롯된 고정관념과 냉전시대의 잣대를 토대로 ‘보도지침’을정해 독자들을 편향되게 혹세 무민하고 있는 것이다. 한 예를 들어보자.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당시 한중관계는 사드문제로 인해 냉랭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중국은, 우리에 대해 대외적으로는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자신들의 최대 적국인 미국이 한중양국 관계를 더더욱 이간질시킬 우려가 있는등 여러 이유로 인해 우리와의 관계개선이 시급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한중정상회담 개최를 원하는 한국측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중국 베이징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맞이한 것이다.

이렇게 성사된 우리 대통령의 방중을 둘러싸고 우리사회 대부분의 언론은 ‘문재인 홀대’라며 벌집쑤셔 놓은듯 중국을 성토했다. 그러면서 홀대인 이유라는걸 하나둘씩 들려주는데 정말 가관이었다. 그들이 들고 있는 이유라는게 실상은그렇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문재인 대통령을 홀대했다’는 보도잣대에 끼워맞추기 위해 중국 때리기와 초라한 대통령 만들기에 몰두했다. 

그러면 중국은 과연 우리 대통령을 홀대했는가? 아니다. 이는 아주 간단하게, 하나의 이유만으로도 잘 알 수 있다. 무엇보다도 중국의 의전규범에는 외국 국가원수를 맞이함에 있어 사적방문, 실무방문, 공식방문 및 국빈방문 등과 같은 몇단계의 레벨이 있다. 전세계를 상대로 외교를 전개하는 중국이지만, 정상방문으로서는 최고의 예우에 해당하는 ‘국빈방문’은 연간 10여개국의 국가원수에게만 베풀 정도로 적게하며 그 품격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당시 한중양국은 사드배치 문제로 최악의 국면에 놓여 있었다. 이에 대해 중국의 입장에서 역지사지 해보면, 자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사드를 배치한 한국이 좋을리가 만무했다. 그런데도 중국은 우리대통령을 국빈방문으로 맞이하기로 결정, 우리측과 대통령의 도착부터 귀국까지를 세세하게 협의했다. 

만약 중국이 홀대할 작정이라면, 중국 스타일을 고려할때 첫째, 우리대통령을 초청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둘째, 초청한다 하더라도 국빈방문으로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연간 몇차례밖에 사용하지 않는 국빈방문으로 초청하고 홀대한다고?! 이런 방식은, 다른나라는 어떨지 모르지만, 중국으로서는 상상하기도 쉽지 않다.

체면을 매우 중시하는 중국이 이런식으로 다른나라의, 그것도 그나라의 최고지도자를 의도적으로 망신준다는 것은 있을수 없다. 더욱이 어떤행위에 대한 보복 등도 사전에 면밀히 고려하며 행동하는 중국인들이 이런식으로, 그것도 중국의 바로옆에 있는 중견국가의 국가원수를 망신준다 함은, 그 후과後果를 고려한다 해도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당시 나는 TV와 라디오의 시사프로그램등에 출연하여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 언론이 잘못 알고 있다”며 그와 관련한 ‘팩트’와 증거등을 하나둘씩 들려주었다. 이에 대해, ‘몰랐다!’는 식으로 순순히 수용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일부언론들은 이러한 나에게 오히려 더 곱지못한 시선을 여과 없이 노출했다.

자신들은 이러이러한 식으로 방송하기로 했으니 거기에 맞춰서 얘기해달라, 아니면 방송 출연이 힘들 수 있다던가, 급기야 어떤 방송은, 아예 나랑 사전에 녹화한 프로그램을 ‘올 킬All Kill’하기도 했다! 사회주의 중국도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는데 말이다. 본방송 불과 50여분전에 녹화를 마친 프로그램 이었는데 녹화할때부터 나에 대한 진행자의 심기가 좋지 못했던것 같았다. 조목조목 증거를 들어가며 홀대가 아니라고 반론했던 것이 몹시도 언짢았던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녹화종료된것을 사전 양해도 없이 부랴부랴 다른 전문가로 대체해 내보낸단 말인가? 물론 그 전문가는 그들이 원하는 대로 ‘엄청난 홀대였다!’며 열심히 맞장구를 쳐주었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따로없다. 그러면서 검열하고 편집한다며 중국을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않으면 답변을 바꿔달라고 하고, 안되면 출연정지 등으로 협박하거나 그도 안되면 통편집 등으로 발언을 묵살한다. 틀린것을 맞게 수정하고 편집하는것이 아니라, 맞는것을 굳이 틀리게 하고 또 이상하게 비틀어서 전하는 것이 과연 정론직필正論直筆 해야 할 언론의 참모습이란 말인가. 씁쓸하지만, 실로 기가막힌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 언론의 현실이기도 한 것이다. 

아직도 대부분의 우리언론들은 중국의<환구시보>를 관영언론이라 소개하며 인용한다. 겉으로는 관영지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완전 민간상업지인<환구시보>를 자기들 멋대로 관영언론이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쯤되면, 중국에 대한 기본적인 판단근거조차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하는 셈이라 할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사회에서도 과격한 표현 등의 이유로 경원시 당하고 있는<환구시보>의 한반도와 관련된 저급한 표현과 논조 등을 “중국관영언론<환구시보>에 의하면”이라며 즐겨 인용한다. 이를 접한 우리국민들은 자연히 반중정서가 그만큼 더 강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니, 한국 언론계의 이러한 ‘수준’에 대해 중국에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상황은 ‘영원히 쪽바리 취급을 해야 할’ 일본에 대해서도 대동소이 하다. 하나만 이야기해 보자. 일단 우리언론을 보면 일본사회는 대부분 극우주의자인 아베총리를 지지하는 것처럼 여겨지기 쉽다. 대다수의 일본인들도 우경화를 지지하며, 또 이에 반대하는 우리 한국에 대해서도 좋지 않게 여길것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경제활황을 가져온 아베총리는 지지해도 이웃나라와의 불화나 평화헌법을 수정하려는 부분은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도 매우 많다는 것을 과연 얼마나 알까? 어떤 외국언론들이 우리나라의 극우세력만 계속보여주며 ‘이것이 한국사회다!’라는 식으로 보도 한다면, 그나라 사람들은 우리에 대해 과연 어떻게 인식하게 될까? 그야말로 ‘기가막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あきれて口がつぐまれ, 아끼레떼구치가쯔그마레)’ 일 인것이다. 

이처럼, 우리사회 일부언론에 있어 중국과 일본은 다름아닌 ‘비난하고 폄훼해야 할’ 대상에 불과하니, 우리국민들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접하기란 쉽지 않다. 무책임한 일부언론에 의해 ‘가깝기에 더 가까운’ 관계가 될 수 있는 이웃나라들에 대해 ‘가깝기엔 너무 먼’ 관계로 느끼며 마음의 벽만 더 쌓아올리는 우리사회. 이속에서 이들을 활용하기에 그 누구보다도 좋은 여건속에 놓여있는 우리들이 기회를 오히려 위기로 전락시키곤 하는 이 현실이 너무나도 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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