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중미일, 영원한 적도 없고 영원한 벗도 없다 (上)
남북중미일, 영원한 적도 없고 영원한 벗도 없다 (上)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0.12.01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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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향민. ‘북한에 고향을 둔 사람들’을 줄여서 만든 말이다. 탈북자라는 용어가 내포하고 있는, 차별을 포함한 긍정적이지 않은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나오게 된 용어이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은 차별이 심한 사회이다.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다소 결핍한 국가에서 온 사람들과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잘나가는 국가에서 온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결코 같지 않다. 서구 선진국 일부에서는 아직도 동양인에 대한 차별이 없지 않다. 이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난하면서도 정작 우리는 자국 내에서 더한 차별과 홀대를 가하고 있다.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사이에 낀 우리는 예로부터 외침을 적잖이 받아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뭉치는 경향이 강해졌다. 국난 국면을 맞아 뭉치지 않으면 모두가 힘들어지니 자연스럽게 단결하게 되는 것이다. 해외에 나가 살다 보면 1998년 금융위기때의 금모으기운동이나 2002년 한일월드컵 경기때의 엄청난 규모의 붉은악마들, 그리고 2016년 광화문광장에서의 촛불집회 등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를 쉽게 느끼게 된다. 이웃 양국은 물론 기타의 다른나라에서는 상상하기도 쉽지않은 단결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양이 있으면 음도 있는법. 엄청난 단결력의 이면에는 타인에 대한 배타적인 자세도 존재한다. 이 또한 내부에 있는 우리자신은 알기가 어렵다. 많은 외국인들이 우리의 이런 모습을 보며 안타깝게 여긴다. 남북으로 분단되었다고 같은 민족에 대해서도 이렇게 차별하고 홀대하는데 다른나라, 다른사람들에게는 얼마나 심할것인가.

현재 국제사회에서는 우리의 K-POP이 대성황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기세를 토대로 우리 대한민국이, 더 나아가 우리 한민족이, 김구선생께서 말씀하신 ‘문화대국’으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라도 같은 민족뿐 아니라 다른나라, 다른민족도 함께 품고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반도 문제를 우리가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도 다른 이들을 적군으로돌리기 보다는 아군으로 만들어야 한다. 

칼자루는 우리 손에 있는가

국제사회는 거대한 역사의 전환기에 놓여 있다. 로마제국 시대의 ‘팍스로마나’가 스페인이 사벨Isabel 여왕의 ‘팍스에스파니아’로 변했고, 그것이 19세기 영국의 전성시대인 ‘팍스브리태니카’로 변했다가 다시 20세기 미국주도의 ‘팍스아메리카나’로 바뀌었다. 이렇게 변해온 미국의 시대가 지금 또 다시 흔들리고 있다. 안토니우구테흐스Antonio Guterres유엔사무총장은 “미국의 시대는 쇠퇴하고 있다”고 공언하고 있으며 랜들슈웰러Randall Schweller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제일주의’는 “쇠퇴하는 미국의 국력을 반영한 ‘현실’의 반증이다”라고 분석하고 있기도 하다. 이와 같은 ‘권력이동Power Shift’의 전환기에 우리는 어떻게 남북통일과 그를 기반으로한 한민족의 생존과 번영을 추구해 나가야 하는가? 

한스요아힘모겐소Hans Joachim Morgenthau 교수의《국가간의 정치》에 의하면,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중간에 위치한 한반도의 운명은 이들 강대세력의 역학관계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이다. 이른바 ‘강대국 결정론’이다. 이시대의 석학중의 석학이라 불리는 미국의 헨리키신저HenryKissinger 박사 또한 북한 핵문제의 해결책으로 미중양국사이의 ‘빅딜론’을 주장하는 등 강대국 결정론과 맥을 함께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문정인 교수는, “모겐소의 위저서는 1948년에 출간된 것으로 당시와 현재의 국제상황이나 크게 달라진 우리의 국력을 감안할때 오늘날에는 유효하지 않다”고 반박한다. 나 또한 한반도의 운명이 강대국의 결정에 전적으로 예속되는듯한 강대국 결정론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영향을 적잖이 받는것은 맞지만, 영향의 정도 등은 중견강국으로 성장한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과 동시에 굳건했던 한미동맹도 ‘유리잔’과 같은 상황이 된것은 부인할 수 없다. 2018년 9월 출간된, 밥우드워드Bob Woodward 〈워싱턴포스트〉부편집인의 저서《공포-백악관의 트럼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당신들은 우리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You guys are ripping us off”,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180일후에 폐지 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고 한다. 그의 으름장에 놀란 문재인 대통령은 “안보와 경제는 얽혀있는 문제”라며 설득하려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사드비용도 한국이 내야 한다”며 더 강하게나 왔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주한미군의 감축 혹은 철수, 주한미군 가족의 철수령,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폐기, 한국에 배치된 사드의 철수 등과 같은 명령을 백악관 및 내각등에 실제로 내렸다고 트럼프정부 관계자들의 증언을 인용하며 전했다. 그러면서 저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한국의 새로운 리더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덧 붙였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참모들에게 “우리가 왜 한국과 친구여야 만하는가?”라고 힐난하듯  물었다고도 한다.

이러한 언급이 과연 얼마나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한 가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 등을 고려할 때, 그에게 있어 한미동맹이나 한국 등의 존재감은 우리가 생각하는 비중보다 훨씬 떨어지는 것 같다는 것이다. 

냉철히 생각해볼 때,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자세는 어쩌면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닐 수 있다. 그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라 미국의 대통령이다. 전 세계를 관장하다시피 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저 멀리 동북아시아의 맨 끝 한 구석에 자리 하고 있는 한반도가 과연 얼마나 중요하게 여겨질까.

사실, 미국의 국가안보 및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고려할 때, 한반도의 비중은 중국이나 러시아, EU나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캐나다와 멕시코 등 보다는 더 떨어지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미국의 아시아지역에 대한 국익측면으로 국한해 보더라도, 미국에 있어 우리의 비중은, 우리가 긍정하건 부정하건 관계없이, 중국이나 일본, 인도 등 보다도 떨어지는게 사실이다.

1970년대초의 닉슨-저우언라이 회담에서 ‘우리 미중 양국이 한반도에서 한민족 때문에 상호간에 대립하거나 다툴 필요는 없다’고 합의했던 것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가 다시 한번 가슴속 깊이 새겨둘 필요가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국의 국익추구 만큼 중요한것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견강국으로 발돋움한 우리가 아직도 우리의 명운을 외국에 의존하려 하고 있다는 것은 크나큰 자가당착이다.

※ 이어서 다음 주에는 ‘남북중미일, 영원한 적도 없고 영원한 벗도 없다 (下)’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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