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가 한국을 부러워하는 이유 (上)
지금, 세계가 한국을 부러워하는 이유 (上)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0.11.17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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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의 한중일 삼국지

“교수님, 우리는 한국과 한국 기업이 너무 부러워요!” 

중국이 계속 성장하다 보니, 전 세계에서 중국으로 몰려드는 외국 유학생들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특히 상하이는 중국 경제의 핵심이라 그런지 세계 각국 최고 지도자들의 혈족이나 해당 국가의 국비 장학생, 재벌 혹은 중견 기업의 후계자들도 많이 온다.

상하이의 대학에서 이들 외국인 학생들을 상대로 ‘한중일 비교’, ‘동아시아 개론’ 등을 강의한 나로서는 가르치는 것 못지않게 나 역시 전 세계를 온 몸으로 느끼며 배우는 엄청나게 값진 경험이다. 세상에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명문가 청년들이 생뚱맞게 우리가 부러워 죽겠다는 이유는 무엇일까.

21세기를 리드할 중국을 바로 옆에 두고 있고, G3인 일본도 곁에 두고 있으니 부럽다는 그들의 말에 처음에는 기가막혀 할말이 없었다. 그 ‘웬수’ 같은 나라들이 옆에 있어 부럽다는 말이 곧이 곧대로 들리지 않았다. 비단 나뿐아니라 일반적인 한국인이라면 비슷할 것이다. ‘아이고, 너희들이 한중일의 복잡 미묘한 과거를 몰라서 하는 소리다’라고 생각할 따름이었다. 

그러다가 며칠후, 불현듯 뒤통수를 한방 맞은 듯한 깨달음이 용솟음 쳤다. ‘맞다. 이 친구들은 한중일의 복잡한 과거를 잘모르고 또 관심도 없다. 이 친구들은 미래라는 측면에서 우리를 부러워하고 있는 것이구나!’ 

실제로, 이들 젊은 친구들은 한중일의 역사에 대해선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그저 글로벌사회에서 떠오르는 중국에 관심이 있어 상하이까지 온 것이다. 이 나라를 잘 활용하면 그들 자신과 국가의 미래에도 도움이 될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중국에 오는 일부터 쉽지 않다. 아프리카나 남미에서 비행기를 갈아타며 오는데 걸리는 시간만 해도 2박 3일의 대장정이다. 또한 중국어를 비롯해서, 저들에게는 매우 독특하고 난해한 ‘유교’라는 관습과 생활문화에 익숙해지는것도 어느것 하나 쉽지 않다. 

이에 비해 우리는 중국 베이징이나 상하이까지 비행기로 두시간이면 갈수 있다. KTX로 서울에서 부산가는것 보다 짧다. 유교문화덕에 생활매너도 크게 낯설지 않다. 이런식으로 생각을 달리 해보면, 우리가 부러움의 대상이 될만도 하다. 게다가 기술 강국에 경제대국인 일본도, 마찬가지로 두시간도 안되는 거리에 두고 있지 않은가. 양국에 거리적으로도  가장 쉽게 갈 수 있고 경제적으로도 활용하기에 매우 유리하니, 입장을 바꿔놓고 보면 정말 부러울 수도 있는 게다.

세계최대의 시장으로 부상중인 중국. 그러나 우리에게는 ‘중국 시장은 한국기업의 무덤’이라고 여기는 분위기가 존재 한다. 하지만 이미 몇차례나 언급한바와 같이, 우리기업이 힘들다면 서구기업은 얼마나 더 힘들겠는가. 이를 증명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서구기업 및 일본기업의 중국시장 진출 여건과 우리기업의 여건에 대해 간단히 비교해 보도록 한다. 

먼저, 미국을 위시한 서구기업과의 비교이다. 첫째, 이들 기업은 중국사회의 근간이라 할만한 유교에서 비롯되는 상관습이나 비즈니스 문화 등에 우리보다 훨씬 덜 익숙하다. 서로만나 나누는 농담부터 대화후의 식사자리까지 거의 모든 문화와 관습이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한 예를 들면, 한중일 3국 사람들은 미팅이 끝나면 식사와 더불어 술도 함께 마신다. ‘앞으로 잘해봅시다!’라면서 ‘건배!’, ‘깐뻬이干杯!’, ‘간빠이!乾杯’를 외친다. 이때는, 설령 술을 잘 못하는 사람일지라도 술잔 정도는 함께 부딪히며 마시는 흉내라도 낸다. 이런 모습은 우리나라의 비즈니스 현장과 다를바 없다.

하지만 서구인들의 경우는 퍽다르다. 이런 상황에서도 ‘오케이, 당신들은 술마시고, 나는 물마시고!’ 하며 아무 거리낌없이 자신의 뜻대로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겸손이 미덕인 유교 문화에 따라 행동하면 오히려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이들도 있다. 정말 많이 다르다. 오히려 다른 게 더 자연스럽다. 하지만 중일 양국 사람들로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새삼 문화적 이질감과 거리감 등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둘째, 정치적인 대립으로 인한 ‘정치 리스크’가 우리보다 더 크다. 특히 미국 기업은 사실상 헤게모니 쟁탈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미중 간의 대립의 영향을 송두리째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은 중국 소비자들의 정서에 점점 더 민감해진다. 자칫하면 바로 불매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미중 양국 간의 대립이 격화될 때면 중국에 진출한 미국 브랜드는 직격탄을 맞기도 한다. 실제로 스타벅스의 경우, 양국의 갈등 고조로 인해 10년전에는 자금성에 있는 스타벅스 분점을 철수하기도 했다. 자금성이라는 중국문화의 상징에 미국문화의 상징인 스타벅스가 함께 있는 것에 중국민심이 점점 더 곱지 못하게 변해갔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중국진출에 성공한 미국브랜드들은 ‘남다르게’ 긴장하기 시작했다. 미국기업이기 때문에 당할 수 있는 우려가 현실화 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1987년에 중국에 진출한 KFC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브랜드 중 중국에서 가장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KFC의 아침메뉴는 중국인들의 일상적인 아침식사가 되었을 만큼 중국현지화에 성공 했다.

KFC의 중국매장이 본고장인 미국보다 훨씬 많은 5,000여개에 이를 정도다. 게다가 아직 개설을 원하는 요청이 끊이질 않는다니 중국은, 가히 ‘황금알을 낳는 시장’ 같았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걱정이 태산같다. 미중경쟁이 격화될수록 중국인들의 곱지못한 시선 또한 더해져 가는 탓에 장밋빛 앞날이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일본 기업과의 비교이다. 일본 기업은 유교 문화를 어느 정도 공유한다는 측면에서는 미국이나 서구 기업들보다는 낫다. 하지만, 중일 양국 사이의 정치적 대립에 더해 역사적 갈등 등 부정적 요소의 영향이 커서 곤욕스럽다. 이에 대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샤오르뻔小日本’과 ‘르뻔뀌즈日本鬼子’만 연상해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지극히 실용적인 중국사회임을 고려 할때, 중국인들은 일본기업 혹은 일본제품 아니면 안되는 경우라면 일본것을 찾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대체제가 있다면, 일본기업을 더더욱 배척하려 할 것이다. 이런 점은 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난 일본기업이라도, 유감스럽지만, 어쩔수 없는 측면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떤 일본기업들은 한국기업과의 관계 강화에 있어서도 불상사의 예방 및 신규비즈니스 수주용이 차원에서 일본기업적 ‘색채’를 가급적 드러내지 않으려는 곳도 있다. 

※이어서 다음 주에는 지금, 세계가 한국을 부러워하는 이유 (下)’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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