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한민국' 외교 프레임을 벗어나서 (下)
'소한민국' 외교 프레임을 벗어나서 (下)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0.11.10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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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의 한중일 삼국지

‘돌고래 외교’를 지향하라!

다음으로 ‘돌고래외교’가 필요하다. 돌고래는 비록 고래보다는 덩치가 작지만, 스마트함과 민첩함 등으로 덩치가 큰 고래와의 공생을 유도한다. 한국외교에도 이처럼 지혜로운 외교가 필요하다. G1인 미국, G2인 중국, G3인 일본등도 생존경쟁을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우리 또한 민첩하고 유연한 사고와 판단으로 이들에 잘 대처할뿐만 아니라 그들과 윈윈하며 살아갈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2018년 11월 5일에서 10일까지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된 ‘제1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中国国际进博会’도 마찬가지다. 이행사에는 170여개국에서 대통령과 총리, 경제관련 부총리나 장관등을 비롯한 고위급 관계자들과 국제기구 책임자, 3,600개이상의 기업이 참여한 가운데 무려약 578억 3000만달러(약 65조 3000억원) 규모의 계약이 성사 됐다. 

그런데 이행사 약 일주일전에 중국 당국이 나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시진핑 주석이 중점을들여 주최한 수입박람회에 중국의 이웃인 한국은 장관급 한명도 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최고위층의 심기가 매우 불편하다고 했다. 최고지도부사이에서는 ‘한국이 아무리 미국 위주의 외교를 한다해도 이건좀 그렇지 않은가?’라는 기류가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른나라에서도 대통령이나 총리 혹은 장관들이 오니까 슬쩍 장관 한명이라도 보내면 좋지 않은가. 시주석도 미국의 기색을 살펴야하는 한국의 사정을 잘알고 있으므로 사드 제재조치 해제나 한국측에 대한 경제적 인센티브도 그만큼 더 전향적으로 할텐데…’라는 것이었다.

이런 그들을 바라보며 한 번 생각해 보았다. 미중 사이에서 눈치를 보는 건 전 세계 어떤 나라도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런데 170여개국이 참가하는 엄청난 규모의 경제프로젝트에 우리 장관 한명정도가 오는것은 여러모로 좋은일이 될수있다. 중국의 체면을 세워주면서 사드 제재조치도 풀고 또 큰 규모의 경제행사에서 우리 파이도 크게 만들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닌가?

나는 이를 우리측에 바로 알렸다. 중국측의 ‘심경’도 심경이지만, 그보다는우리의 경제상황 등이 좋지 않으므로 이기회라도 잘활용하는것이 필요할것 같다는 소견과 더불어 말이다. 그반응은? ‘역시나’였다. 

현재의 우리는 더이상 6·25 직후의 약소국이나 최빈국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새우등 외교나 혹은 샌드위치 외교에 갇혀 스스로를 20세기 약소국처럼 여기고 있다. 지독한 시대착오적 발상이 아닐수 없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돌고래가 고래와의 상생을 유도하며 살아나가는 것처럼, G1과 G2라는 고래들 사이에서 국익의 균형점을 잘찾아 조율하며 이끄는 가운데 우리국익도 최적화 시켜나가는 스마트하며 민첩한 돌고래외교가 절실하다. 그렇게 했다면, 중국수입박람회와 같은 안타까운 상황은 연출되지 않았을 것이다.

‘홍익중용 외교’를 지향하라!

현재의 대한민국은 ‘홍익중용외교弘益中庸外交Benefit All By Moderation ForeignPolicy’를 지향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홍익중용’이란 우리민족의 건국이념인 홍익(弘益)과 중국 고대사서의 하나인 중용中庸을 융합하여 만든개념이다. 

먼저 홍익이란, 주지하다시피 ‘세상에 널리 이롭게 한다’는 의미로써 우리민족의 건국이념이다. 중용이란, 사서의 하나인 《중용》및 아리스토텔레스의 덕론德論의 핵심개념으로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않고 도리에 맞는’ 혹은 ‘이성과 지견智見으로 과대와 과소가 아닌 올바른 중간을 정함’을 의미한다.

이로써 유추할수 있듯이, ‘홍익중용외교’란 글로벌 전세계각지에 골고루 이익이 되도록 하는 홍익외교를 표명함과 동시에 특히 동북아에서는 관련 각국의 국익이 과대도 과소도 아닌 올바른 ‘가운데(中)’가 되도록 협력과 통합을 이끄는 중용외교를 지향하자는, 21세기 중견강국 대한민국의 스마트외교전략이라 할 수 있다.

‘중국 및 러시아 활용 외교’를 강화하라!

중국은 우리를 필요로 한다. 미중간의 대립이 격화될수록 필요성 또한 그만큼 더 증가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중국에 대해 주도면밀하게 파고들어 분석하고 적극 활용하기 보다는, ‘짱깨’니 ‘때국’이니 하며 삐딱하고 과도하게 경계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래가지고서야 중국활용은 고사하고 도저히 당해낼수도 없을 것이다. 이미 살펴본 사드 문제만 해도 그렇다. 우리가 중국의 표면적 모습에 너무 휘둘리지 말고 그 속내를 적확하게 간파해 냈다면  어땠을까? 

우리는 그동안 소홀히 해온 러시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는 동북아 역내에서 그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옅었다. 하지만 막강한 군사력이나 성장 잠재력 그리고 주변국과의 복잡한 관계 및 한러 관계 강화에 대한 러시아 측의 열망 등을 고려할 때,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는 동북아 정세를 호전시킬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러시아는, 한반도 주변 4강가운데 어쩌면 한반도의 통일을 반대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일수도 있다. 러시아는 세계최대의 영토를 지니고 있는 나라이다. 하지만 그 영토가 너무나도 방대하여 현재도 자국의 구석구석까지 꼼꼼하게 통치하기가 쉽지 않은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수도인 모스크바가 유럽과 가까이 위치해있어 한반도 사안이 그들의 치명적 안보나 국익등과 직결되지는 않는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지금보다 더 강한 통일한반도의 등장은 주변강대국들에 대한 세력견제 등도 가능하기 때문에, 러시아는 오히려 지금보다 더 반길수도 있다. 이렇게 러시아는 한반도 통일과 관련하여 미중일 3국과는 맥을 달리하는 면이 있다. 우리가 그만큼 러시아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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