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를 위기로 만들고 있는 자발적 약소국 대한민국 (下)
기회를 위기로 만들고 있는 자발적 약소국 대한민국 (下)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0.10.27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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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의 한중일 삼국지

우리사회를 아직까지도 짓누르고 있는 사드THAAD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가 ‘중국의 시그널’을 제대로 읽고 그와 관련하여 ‘스마트’하게 대처해 왔다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드배치와 이후의 제재조치를 둘러싼 중국 현지의 상황, 다시말해 중국당국자들과 나와의 지속적인 소통속에서 직접 파악한 상황을 정리하자면 대략 아래와 같다. 

당시 청와대의 외교안보실장이 ‘한국은 사드를 배치할 생각이 없다’며 방중을 마치고 귀국한지 불과 며칠후에 덜컥 터져나온 사드배치 소식으로 인해 시진핑주석은 배신감에 크게 분노했다고 한다. 이후 중국은 한국에는 아직도 공개되지 않았지만, 무려 4단계에 걸친 보복조치를 계획했다. 그러고는 ‘사드철수’를 요구하며 1단계인 한국문화와 K-POP 등에 대한 제재조치를 취했다.

그래도 우리가 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자 2단계인 경제제재조치로 돌입 했다. 그러다가 제재조치를 취한지 2개월이 채 안될 무렵, 배신감을 느낀다며 씩씩거리던 중국 당국자들이 차분해진 모습으로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사드는 사실 한국정부가 배치하고 싶어서 배치한것도 아니고, 또 이미 결정난것을 한국정부가 맘대로 철수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도 한중관계를 계속 나쁘게만 가져갈수도 없고…그러니 절충방안을 찾을수도 있지 않을까? 이를테면, 사드를 철수하지는 않지만, 우리(중국)의 우려도 좀 더 불식시킬 수 있는 그런 방향으로….” 

이 무렵부터 중국 당국의, 우리 땅에 배치된 사드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 것 같았다. 이후 나를 만나서는 ‘한미동맹을 의식해야 하는 한국과 사드 배치 및 그 추가적 조치 등을 우려하는 중국의 입장을 고려한 절충안 찾기’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그 기간에도 중국 정부는, ‘표리부동’을 취하고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외교부 대변인 등을 통해 “중국 정부는 사드 배치에 결연히 반대한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했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중국 측은 ‘절충안을 찾거나 혹은 어떤 식으로든지 사드 국면에서 빨리 벗어나자!’라는 식으로 나왔다. 사드로 인해 한중관계가 더 악화되면 결국 미국만 그만큼 더 미소 짓게 될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2016년 연말이 다가오면서 부터는 ‘2017년은 한중수교 25주년이니 한중양국에서 성대하게 다양한 기념행사를 벌이는건 어떨까? 이를 통해 한중양국은 사드국면에서 벗어났음을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것이다’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후로도 중국 당국은, 이자리에서 일일이 열거하기 쉽지 않지만, 사드정국 탈피를 위한 이런저런 제안을 했다. 그리고 나는 중요한 혹은 의미있게 여겨지는 제안에 대해서는 우리당국과 정치권에 공유했다. 하지만 이들로부터 돌아오는 반응은 “아이고, 교수님” 하는 귀에 박힌 말아니면 무응답 뿐이었다.

중국이 2013년 11월 선언한 ‘중국방공식별구역CADIZ’을 둘러싼 우리 국익증진방안도 마찬가지다. 당시 중국은 미국과 일본을 겨냥, 식별구역의 선을 일본 부근까지 긋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우리구역까지가 포함되었다. 이에 중국당국은 나를 찾아와 이런 사정을 설명하고 당시 상당히 좋았던 한중관계가 조금이라도 훼손이 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이에 나는 일본을 겨냥할 경우, 중간에 있는 우리까지도 지나치게 되는 부분이 있어 우리 국민들의 감정이 안좋아질 수 있으니, 우리정부에도 미리 양해를 구하고 또 우리국민들에게도 우리를 겨냥한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도록 어떤식으로라도 알려주는게 좋을것 같다고 했다. 아울러, 우리도 우리 민심을 고려하여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선언할 수 있으니 그때는 아무런 반발을 하지 말아야 하며 오히려 중국측이 유발한 문제이니 어떠한 방식으로든 경제적 선물 등을 준다면 우리 국민들이 중국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이때도 역시 우리측에 중국의 이런 상황을 전하고, 우리도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취할뿐만 아니라 중국으로 부터 뭔가 다른 ‘플러스알파’를 취할수 있도록 고려해보는건 어떨지 제안 했다. 며칠이 지난 뒤 중국 당국자로부터 얼마후 발간될 시사주간지<vista看天下(vista칸텐샤)>를 보라는 연락을 받았다. 구입해 보았더니, 표지에 한복을 입은 여성의 뒷모습이 크게 실린채 ‘선의의 피해를 입은 제3자에 대한 안타까움’이라는 식의 기사가 실려 있었다. 중국은 우리를 이정도로 의식했던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측으로 부터의 반응은? 없었다. 역시나 또 전혀 없었다….그러고는 중국의 눈치만 보다가 며칠후 슬그머니 한국방공식별구역을 선포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정당하게 우리의 방공식별구역을 선언한다’며 중국의 눈치를 봤다. 이에 중국당국은 우리에게 제공해야할 ‘플러스알파’ 등에 대한 고민은 할필요도 없이 쉽게 이 위기를 넘기게 되었다. 그 당시 중국당국은 우리정부를 어떻게 생각 했을까?

이 외에도 중국 어선의 우리 해역에서의 불법 어업에 대한 대처 방안 등, 비록 개인의 위치에 있을 뿐인 나에게도 한중 사이를 제대로만 알고 대처하면 우리 국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 여러 기회가 다가왔다. 하지만 번번이 씁쓸함만 느끼게 되는 과정에서 최소한 다음의 두 가지를 깨닫게 되었다. 

먼저, 속상하지만, 정말 안타깝지만, ‘아무리 해도 혼자서는 안 된다’ 는 생각이었다. 아무리 나 혼자 고민하고 애쓴다 해도 계란으로 바위치기요, 언 땅에 오줌 누는 격일 뿐이었다. 바뀌는 것이라고는 내 건강만 상하는 일이었다. 중국 측보다는 우리 측이 더 문제였다.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 그저 ‘안 된다’, ‘중국 같은 큰 나라가 왜 우리 따위를’ 타령만 하고 있으니 뭐가 되겠는가? 우리 측은 아예 현장에서의 소리를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두 번째로는 우리나라의 안일한 관료조직이다. 우리 측의 무사안일과 탁상공론에 얼마나 속상했는지. ‘강적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다’는 생각을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20여년을 외국에서 지내면서 점점더 강하게 가슴속으로 스며든 ‘대한민국, 한민족의 생존과 번영’이라는 꿈을 위해, 이제껏 제대로 알지 못했던 양국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고 활용하여 국익에 보탬이 되고자 했던 것이, 너무 순진했던것 같았다. 이후 나는 국가의 외교안보사안에 대해서는 가급적 무감각해지려 노력했다. 마음은 정말 편치 않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느는 것은 약봉지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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