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출 한국기업들의 고민
중국 진출 한국기업들의 고민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0.09.1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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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의 한중일 삼국지

“인재人材는 많아요. 하지만 용재用材는……”

용재의 부재와 높은 이직률, 재중在中 한국 기업들이 거의 공통적으로 지닌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다. 쓸 만한 인재는 있는 것 같은데 정작 채용할 만큼 마음에 드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사람’으로 넘쳐나는 중국에 ‘사람’이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런데 이와는 상관없이 중국 진출 한국 기업들의 ‘용재 타령’은 더해만 간다. 실제로 재중 한국 기업 중에는 마땅한 현지 인력을 구하지 못해 생산 과정에 차질을 빚고 있는 곳도 적지 않다.

“아니, 중국에 사람이 없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그런 기업들은 먼저 스스로를 돌아보라고 하세요”

한국의 중국 D그룹 중국 법인 대표이사로 상하이에 재직 중인 분의 반박이다. 그는 중국 법인 설립 당시부터 부임하여 설립에서 초기 운영까지 진두지휘하여 왔다고 한다. 그러한 그에게 ‘용재무용론’이라는 항간의 푸념을 꺼내자 피식 웃는 둥 마는 둥 여러 가지 말을 들려준다. 

그의 말을 요약하면 이렇다. 인재건용재건 간에 중국에는 유용한 사람이 많다. 중국에서 사람이 없다고 한탄하는 것은 지당하지 않다. 모두들 자기 방식을 너무 고집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지금 우리는 한국이 아닌 중국에 나와 있다. 다시 말해 중국의 시스템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중국에서 ‘돈 벌고 싶으면’ 당연히 한국의 시스템을 잊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 돈 투자하여 내 사람 찾겠다는데 무슨 말이 그리 많은가라고 생각하겠죠. 지당한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런 고집이 곧 빈털터리로 가는 첩경임을 알아야 해요. 중국은 인력 채용부터 대우 문제, 각종 후생복리제도 등이 한국과 너무 달라요. 게다가 광대한 나라인만큼 각 개인을 둘러싼 기본적 사고와 문화, 관습 역시 천차만별이에요. 그런데 이를 제대로 고려하지도 않고 낯선 한국의 틀 안으로 모든 것을 맞추려 하니 잘 되겠습니까? 바로 단일 민족에서 오는 우리의 부정적 측면인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배타적 사고를 먼저 고쳐야 합니다”

또한 한국 기업들은 저번 '한∙중∙일의 직업관'에서 언급 했었던 중국 사회의 높은 이직률을 하소연한다. 기껏 가르쳐 놓아 쓸 만할 때가 되면 훌훌 떠나 버리곤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로 인한 기술 유출 또한 적잖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알고 지내는 재중 한국 기업인들도 인력 채용보다 더욱 힘든 것이 바로 인력을 붙잡아 두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 이와 관련 주목해야 할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이러한 이직 현상은 유감스럽게도 재중 외국 기업 중 특히 한국계 기업에서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왜일까? 그 이유에 대해 상하이 소재의 한 리쿠르트 업체는 다음과 같이 밝힌다.

“한국 기업은 인력난을 주로 임금 인상으로 해결하려 하는데요. 이는 악수惡手일 뿐입니다. 사실 외국 기업을 원하는 중국인들에게 한국 기업은 인기가 낮습니다. 이는 한국 기업이 수직적 관계를 중시하고, 수뇌부는 상명 하달로 일관하며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강요하는 등 한국 기업의 풍토를 고집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환경은 중국인들에게 매우 생소한 것이기 때문이죠. 결국 한국 기업의 기업 환경이 바뀌지 않는 한 임금을 많이 올려 주어도 중국 직원들이 한국 기업에 근무하는 재직 기간은 다른 외국계 기업에서보다 짧을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실제로 중국인들로부터 한국계 기업에 대한 이러한 고언을 적잖이 접하고 있는 상태였다. 다시 말해 중국인들의 잦은 이직의 이면에는 직장에 대한 인식 차이와 문화 차이가 한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가 된 후로 ‘평등’을 전면에 내세우게 된 중국이다. 물론 너무 평등만 내세우다 보니 그로 인한 사회적 폐해 또한 극심해진 것도 오늘날 중국의 실상이다. 하지만 나 위주의 호불호를 떠나 이러한 중국 사회의 현실도 수용하고 그 속에서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

재중 한국 기업들은 바로 이 점을 간과한 것이다. 더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생각에 한국 방식만을 중국 사회에 들이대다 보니 중국인들, 특히 숙련공이나 전문 인력들처럼 품귀 현상을 빚는 사람들은 그들이 지내기에 더 나은 환경을 찾아 미련 없이 회사를 떠나게 되는 것이다.

허벅지가 가려운데 옆구리를 긁어 준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앞서 밝힌 리쿠르트 업체에서 구직자 7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79퍼센트는 임금보다 회사의 근무 환경과 장래 비전을 더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외자 기업은 단순히 임금으로만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해선 안 됩니다. 중국에는 선진적이건 후진적이건 간에 중국이 견지해 온 제도와 관습이 있어요. 이 점을 인정하고 한국적 기업 환경에 잘 조화시켜 나가야만 중국 직원들의 위화감을 줄일 수 있어요. 이들을 통해 돈을 벌려면 이들을 잘 포용하며 리드할 수 있도록 고용자 스스로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나 현재 진출을 고려 중인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인 변호사의 충고다. 이렇게 볼 때, 한국 기업들은 중국 진출 패러다임을 새롭게 짜야 한다. 그 속에는 상대에 대한 존중과 스스로에 대한 겸허함이 근간이 되어 있어야 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에 여전히 한국보다 후진적인 사회 모습을 보며 중국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중국에서의 한국은 일류(미국 등의 서구 유럽)나 이류(일본)도 아닌 삼류에 불과함을 냉철히 인식하고 겸허히 수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인들이 갈 곳이 없어 한국 기업을 향하는 것이 아니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그들에게는 우선적 선택지로서 미국이나 유럽 혹은 일본 기업이 있다. 한국 기업은 이들 다음임을 잊지 말자.

아울러 중국으로 전통 문화, 관습,언어 등을 공유하는 엄청난 힘의 화교 자본이 속속 들어오고 있다. 중국 정부도 동일한 중화 민족이란 기치 아래 이들은 타국 기업보다 우대하고 있어 중국인들의 선택지는 더욱 다양해지고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한국 기업들이 한국적 방식이 더 낫다는 식으로 계속 자만하고 폐쇄적 기업 문화를 고집한다면 전 세계 기업들의 격전지 중국에서 소외되고 도태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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