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담배로 맺는 중국과의 꽌시
술과 담배로 맺는 중국과의 꽌시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0.08.18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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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의 한중일 삼국지

“중국에 대해 여러 가지 평가가 있는데, 그중 ‘문화대국’ 임을 간과해선 안 돼요. 그들의 전통 문화와 관습에 대한 자긍심은 대단하거든요. 중국으로 진출하는 일본 기업들은 나에게 중국의 전통과 문화, 관습에 대해 꼼꼼히 질의하고 있어요. 그들은 중국인, 혹은 중국인 파트너사와 원만한 관계를 맺고 유지하기 위해서 이러한 문화와 관습을 잘 활용하고 있답니다.”

일본의 한 대학에서 한문학을 가르치는 일본인 에모토 교수의 말이다. 그의 말은 들으면서 중국인의 음주 매너와 흡연 매너가 떠올랐다. 다른 여러 가지 중요한 것도 많지만,이 두 가지야말로 바로 중국인과 ‘꽌시關系’ 구축의 최전선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활용하면 유용할 중국인의 예절에는 어떠한 것이 있는지 살펴보자.

먼저 음주 예절을 보다. “술이 없으면 예를 다할 수 없다(무주부성례無酒不成禮).” 는 말이 아직도 널리 회자되고 있는데, 이는 바로 술과 지근한 거리에 있는 중국인의 일상을 잘 나타내 주는 말이 아닐 수 없다. 한편 넓은 땅덩어리만큼 이들의 음주문화를 하나로 뭉뚱그려 형용하기 어렵지만, 그 가운데는 전체 중국 사회에 공통하는 보편적 주도酒道가 존재하기도 한다.

우선 우리가 술자리에 초청받았거나 혹은 술자리를 마련할 때는 자리 배치에 신경 써야 한다. 신분에 따라 앉을 자리가 관례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룸 하나를 술자리로 준비할 경우, 주최 측의 최고위자는 룸의 출입구가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곳에 착석하게 된다. 그리고 그 오른쪽으로는 초대받은 최고위자가, 그 왼쪽으로는 초대받은 두 번째 고위자가 착석하도록 되어 있다. 이후 주최 측의 2인자는 문을 등지고, 즉 주최 측 1인자와 정면으로 바라보고 앉으며 그 좌우로 그 다음 고위자가 마찬가지 순으로 번갈아 앉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이상으로 ‘미엔즈面子’를 소중히 한다. 즉 이러한 소소한 부분에서도 그들은 체면에 손상을 느낄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음으로 술을 권할 때나 건배를 요청받았을 때의 예절이다. 이때는 반드시 상대방의 눈을 응시하며 상대방에 맞춰 잔에 입을 대고 떼는 것이 예의를 갖추는 것이다. 상대방을 바라보지 않고, 또 상대방보다 너무 빨리 마시거나 안 마시는 것 역시 상대방의 미엔즈를 깎아내리는 무례함으로 비쳐질 수 있다. 술에 입을 축이고 싶거나 한잔 들이켜고 싶을 때도 혼자 하는 것보다, 이때는 잔을 들어 자연스럽게 건배를 요청하는 형식을 빌려 마시는 것이 좋다. 혼자 마시는 것 역시 상대방이 마음에 안 든다는 의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중국인들과의 주연에서는 모두 일어서서 건배를 건의하거나 어느 한사람이 특정 개인에게만 한잔 할 것을 요청하는 ‘징 이뻬이敬一杯!’ 가 적지 않다. 전자의 경우 모두 함께 일어나 주위의 여러 사람들과 가볍게 잔을 부딪치며 마시면 되지만, 후자의 경우는 요청받은 한 개인만이 응하면 된다. 다시 말해 요청받은 해당자만 자연스럽게 일어나 요청한 사람과 잔을 부딪치며 들이켜면 되는 것이다. 마치 여기저기서 일대일 미사일을 주고받는 듯한 재미있는 모습이다. 이렇듯 여럿이 함께하는 자리에서 양자 간의 건배를 잘 활용하면 전체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개인과의 관계 형성에도 톡톡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인과의 연회석상에서는 가능하다면 ‘랑워 징 이뻬이让我敬一杯!(당신께 경의를 표하며 한잔하고 싶습니다.)’ 를 적절히 잘 활용하길 바란다.

한편 중국인들과 술을 하면 건배, 즉 무조건 ‘원샷!’ 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한국인이 적지 않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러한 사정은 지역마다 달라 베이징 등의 북방지역은‘깐뻬이干杯!(우리말의 ‘원샷’ 에 해당하는 중국말)’ 도 자주 목격되지만, 상하이 중심의 남방 지역에서는 자기 주량대로 마시면 무방하다. 또한 한국과 달리 잔을 돌리는 것은 그다지 일상화되어 있지 않다. 아울러 중국에서는 한 손으로 술을 따르기도 한다. 그렇지만 중국의 원래 주도는 우리와 같이 양손으로 공손히 따르는 것이므로 가능하면 양손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우리와는 조금 달라 첨잔은 언제든지 가능하며, 그 외에는 우리의 주도를 따라하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번에는 중국의 흡연 매너에 대해 알아보자. 말하거나 웃고 있을 때 그들의 치아를 보면 중국인들의 담배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다. 골초로 유명했던 덩샤오핑은 외국의 국가 원수를 만날 때면 간단히 인사한 뒤 먼저 담배를 권한다. 그리고는 자신도 줄담배를 즐기는 가운데 정상회담에 임하곤 했다. 그의 이러한 모습은 중국에서 통용되는 담배와 대인 관계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중국에서 담배는 인간 관계의 시금석이자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기 위한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도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다른 사람들을 만날 때나 어느 기관이나 회사, 가정을 방문할 때면 거의 먼저 담배를 권한다.

이러한 상황은 초대자가 비흡연자라도 예외가 아니다. 상대방이 담배를 받아들여 다 피우면 곧바로 또 한 대를 권하며 불을 켜 준다. 이는 결혼식이나 연회석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최 측은 테이블 위에 여러 종류의 담배를 수북이 쌓아 놓아 손님들이 마음에 드는 담배를 언제든지 필 수 있도록 배려한다.

이와 같이 중국의 담배는 “매사에 여유를 갖고 느긋하게 임하라.” 는 중국식 여유의 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우리도 중국인을 만나면 천연스럽게 담배를 권하며, 담배 연기와 더불어 차분한 만남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좋다. 한편 이때 권하는 담배로는 한국 담배도 좋다. 외국 담배인지라 호기심도 발동할 것이요, 중국 내의 한류를 생각할 때 중국인들이 더 좋아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이 비흡연자라면 가능한한 상대방에 대한 예의상 일단 권하는 담배를 받아들고 한두 번 입에 대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또다시 한 대를 권해 올 때 자신인 사실은 비흡연자임을 밝히면 자신을 위해 한 대를 피워 준 그 배려와 성의에 감탄하며 그들은 더 고마워하게 될 것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특히 중국인은 ‘우리’ 와 ‘타인’ 의 구분 개념이 상당히 강하다. 따라서 중국식 표현을 빌리자면 일단 그들의 ‘쯔지런自己人(자기 사람)’ 이 되면, 네 친구는 곧 내 친구가 되는 것이다. 지금의 중국은예전에 비해 인맥의 역할이 약해졌다고 하나, 아직도 인맥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중국 사회에서 조금만 더 신경 쓰고 배려하면 훨씬 더 부드러운 관계가 되는 데 이를 굳이 마다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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