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에 더 이상 '만만디'는 없다
중국 기업에 더 이상 '만만디'는 없다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0.07.14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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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의 한중일 삼국지

중국의 저명한 경제전문가인 쿵단孔丹중신中信연구재단 이사장은 “중국경제는 규모는 크지만, 내실로 보면 여전히 강하지 못하고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3류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한 바 있다. 이를 통해서도 볼수있듯이 중국경제는 여전히, 꽃길을 걷는것이 아니다. 하지만 다방면에서 쑥쑥 성장하는 속도는 세계적으로도 두드러 진다. 그렇다면 중국 기업들이 잘 나가는 주된 요인 몇 가지에 대해 중국 기업들과 직접 접해온 바를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먼저 최대 요인 중 하나로 단연 중국 정부의 지원을 꼽을 수 있다. 우리는 중국특색 사회주의 경제 체제를 경원시하거나 자본주의 시장 경제 체제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내 경험상, 중국의 사회주의 경제 체제가 시장경제 체제와 비교할 때 항상 열등하고 반드시 낙후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중국식 사회주의 경제 체제에는 더 효율적인 부분 또한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2016년 현재, 2170만명 정도가 상주하고 있는 중국 베이징에 보급된 택시는 6만 7,000대다. 1만명당 31대정도로 서울의 절반수준에 불과하다. 출퇴근때면 택시잡기가 전쟁 같지만, 서울과 달리 공유차량앱으로 예약해 느긋하게 기다리는 시민도 적지 않다. 휴대폰 보급과 4G 이동통신기술서비스 도입은 분명 우리가 빨랐지만 공유차량은 중국에서 더 빨리 활성화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가장큰 요인은 ‘택시업계의 반발’이라는 변수를 중국정부가 원만하게 해결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것이 베이징 최대 택시회사인 인젠銀建그룹은 베이징 공안교통관리부문의 직속통제를 받는 국유기업이다. 그렇다보니 시민의 안전과 편의성, 기사들의 생존권을 택시업계의 기득권보다 우선 생각하는 것이다. 

두번째 요인은 중국 민간기업의 과감한 혁신이다. 오늘날 세계최대의 백색가전업체로 성장한 중국의 하이얼海尔그룹은 1984년 도산직전의 칭다오 냉장고 공장을 인수해 중국 최대 백색가전 업체로 새롭게 거듭난 기업이다. 하이얼그룹 경영진은 인수직후 부터 대담하고 과감한 시도에 나섰다. 다름 아닌 중국사회의 낡은 의식과 관행을 대대적으로 개조하고자 한 것이다.

그 일환으로써 ‘쓰레기언어 사용 금지’ 캠페인을 전개했다. 중국대륙의 역사와 함께 중국인들의 입에서 떠나질 않았던 ‘이정도면 되겠지’, ‘큰차이 없으니까’, ‘예전에도 그랬는데, 뭘’ 등과 ‘불가능해’, ‘아무래도 안될것 같다’는 등의 표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것이다.

2000년대초, 칭다오에있는 하이얼그룹 본사에 가서 이들 문구를 처음보았을때 정말이지 깜짝 놀랐다. ‘중국의 5천년역사와 더불어 맥을 함께해온 중국인들의 뿌리 깊은 악폐를 과연 걷어낼수 있을까’ 자못 앞날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결과는? 하이얼은 벤치마킹을 위해 몰려드는 기업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세번째로 잘나가는 비결은 ‘누구에게라도 배울수 있다’는 자세와 기업-정부간 긴밀한 협력이다. 중국기업들은 필요하다면, 대상이나 상대의 규모 등은 전혀 따지지 않고 먼저 찾아가 벤치마킹하며 제휴한다. 실용적이며 진취적 자세를 지닌 것이다. 우리는 주로 미국이나 일본, 독일 등과 같은 서구 선진국을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하며 그쪽에서 아이디어나 기술을 얻고자 한다. 하지만 중국은 다르다. 그들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자본주의건사회주의건, 개발도상국 기업이건 후진국 기업이건 상관하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달려가서 벤치마킹 하고 활용한다. 

실제로 중국 기업들의 학습욕은 대단하다. 중국 기업들은 자신들로서는 한계가 있다고 느껴질 때는 중국 정부를 활용한다. 예를 들면 중국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리커창 총리를 통해 노벨상 수상자인 컬럼비아 대학의 에드먼드 펠프스Edmund S. Phelps 교수를 경제고문으로 영입, 그의 ‘대중의 기업가 정신mass entrepreneurship’이 중국에서 전개되도록 해줄것을 요구했다.

이에 리총리는 적극 나섰고 중국기업들은 그를 적극 활용하여 중국의 4차산업과 대중의 기업가 정신은 단시일에 급성장할 수 있었다. 이처럼 중국기업은 필요하다면 어떻게 해서든지 해결해 내고 마는 근성과 실사구시적 시스템을 갖춰 나가고 있는 것이다. 

네번째로 변화에 발빠른 대응속도를 들고 싶다. 21세기 글로벌사회의 주된 특징중 하나는 바로 ‘변화’와 ‘스피드’이다. 그들은 “우리중국은 2차, 3차 산업혁명의 경우, 서방기업들에 비해 훨씬 뒤쳐져 있었다. 하지만 4차산업 만큼은 다를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비록 4차산업혁명의 씨앗도 독일이나 미국이 먼저 뿌렸지만 그 과실만큼은 중국이 확실히 챙길것”이라고 각오를 다진다.

이를 위해 중국기업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필요한것이 있으면 바로 팀을꾸려 달려가고 결정할것이 있으면 바로 의사결정의 단계를 축소시키는 책임 결정제로 전환하기도 한다. 이처럼 급변하는 글로벌 시대에 전광석화와도 같이 민첩하게 대처하는 중국 기업을, 여전히 ‘만만디’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이는 곧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의 사고가 만만디요, 그만큼 시대에 뒤쳐져 있음을 반증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마지막으로 중국 기업들은 중국이란 거대한 시장을 ‘발판’과 ‘미끼’로 이용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2011년엔 화웨이가 ‘스승이었던’ IBM에 스마트폰 사업을 확장하도록 자문했다. IBM이 대형컴퓨터사업에서 글로벌 서비스사업으로 전환하던 시기에 거대 시장 중국을 공략하도록 유인하며 자신들의 부족함을 더 채우기 위해 나온 전략의 일환이었다. 자국 내수시장 접근권을 미끼겸 무기로 삼은 셈이다. 이에 대해 이정동 서울대교수는 저서《축적의 길》을 통해 “선진국이 원천기술을 개발하느라 오랜기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축적한 시간을 중국은 공간의 힘으로 압축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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