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대의 확장과 평화헌법의 위기
자위대의 확장과 평화헌법의 위기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0.07.07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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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의 한중일 삼국지

일본의 ‘평화헌법’은 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헌법이라 일컬어진다. 정식 명칭은 일본국 헌법日本國憲法이며, 별칭으로는 평화헌법平和憲法, 또는 신헌법新憲法이 있다.

이 헌법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의 점령하인 1946년 11월 3일 공포되었다. 전문前文을 비롯하여, 천황, 전쟁포기, 국민의 권리와 의무, 국회, 내각, 사법등에 관한 103개조로 구성되어 있다.

그 명칭부터 ‘대일본제국헌법’에서 ‘일본국헌법’으로 변경된 이 새헌법의 가장 중요한 변화로는, 제1장에 ‘상징천황제’의 개념이 도입된 점, 제2장에 ‘전쟁의포기’가 명시된 점, 아울러 제3장에는 ‘신민의 권리와 의무’가 ‘국민의 권리와 의무’로 변경된 점 등이다. 즉, 기존의 헌법과 달리 주권을 천황이 아닌 국민에게 귀속시켰고,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게 되었을뿐 아니라 평화주의를 강조하고 있는 점 등이 새헌법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일본의 평화헌법은 타국의 헌법에 비해 영구적 평화주의라는 이상이 담긴 선언이라는 두드러진 특징도 지니고 있다. 일본국헌법 전문에는 ‘…일본국민은 정부의 행위에 의해 또다시 전쟁의 참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할것을 결의함과 더불어 항구적 평화의 이상을 위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이상을 실현하고자 제9조에 ①일본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한 국제평화를 성실히 희구하고, 국권의 발동인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영구히 이를 포기한다. ②전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육해공군외 다른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이로 인해 일본은 전쟁의 포기, 전력의 비보유, 교전권을 부인함으로써 철저한 비무장, 국제협조주의에 의한 영구평화주의의 이상을 표명한 첫 나라가 되었다. 

한편, 평화헌법 공포 당시의 총리였던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전 총리는 ‘안보는 미국에 맡기고, 일본은 경제부흥에 집중한다’는 ‘요시다독트린’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새헌법은 일본이 세계에 자랑스러워 할만한 훌륭한 헌법”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기시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는 이헌법을 “점령국이 강요한 헌법”이라 비하했다. 그러면서 “이 헌법은 미국이 점령정책을 실시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라며 개정하고자 했다. 이를 그의 외손자인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가 이어받아 헌법개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13년 아베총리는 공영<NHK>방송 인터뷰에서도 “헌법개정은 내평생의 과제이다. 무슨일이 있어도 개정하고 싶다”며 개헌의 의지를 재차 밝히는 등 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헌법이라 불리는 평화헌법의 개정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위대(지에이타이, 自衛隊)는 매우 어정쩡하다. 국가 방위를 위한 국군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식군대도 아닌 준군사조직이다. 일본 방위의 주도적 역할은 주일미군이 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당시, 항복의 조건으로 군사력을 해체시켰다. 그러나 아시아에서 공산권 세력이 강해져 1950년에 한국전쟁이 시작되자, 미점령군의 명령으로 일본의 치안을 유지하기 위하여 경찰예비대警察予備隊를 설치했다. 이것이 1952년 보안대로 재편되었다가 1954년 현재의 자위대로 바뀌었다.

자체적인 국방능력은 있어야 하므로 사실상 군대와 다름없는 조직으로 재편된 것이다. 자위대란 명칭도, 국토방어는 하지만, 평화헌법등으로 인해 먼저 전쟁선포를 하거나 공격등을 할수는 없기 때문에 ‘스스로’를 ‘방어함’을 강조하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다. 이때문에, 현재 일본에서는 평화헌법을 수정하여 자위대를 방위군이나 국방군 등 일본의 정규군으로 전환시키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엄밀히말해 일본헌법을 위반하고있다 할것이다. 1947년 시행된 현행 헌법에는 ‘국가간의 교전권 포기, 어떠한 전력도 갖지 않을 것’을 선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정부는 헌법 해석을 교묘하게 바꾸는 등의 꼼수를 쓰며 자위대의 무력을 강화하고 있다. 

자위대는 이상과 같은 발족배경과 구축전력, 미일관계등을 고려할때 일본정부에서 작전통제권을 보유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미군에게 귀속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유사시 자위대의 작전권은 미군의 일부로서 연합사령부에 귀속되고 그속에서 자위대의 실질적 역할은 ‘미군에 대한 보조’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일본정부는 이를 일본이 총괄통제할수 있도록 변경함으로써 자력으로도 전쟁이 가능한 국군형식으로 바꿔나가고자 하는것이다. 하지만 그전에 일본정부는, 일본이 왜 ‘평화헌법’을 지니게 되었고 자위대가 왜 이렇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에 대해 더 곰곰이 되새겨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은 그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긴 회고록이자 역사서《제2차세계대전》의 집필목적에 대해 “우리모두의 실수와 오류를 자성하게 할뿐 아니라 미래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제2차 세계대전을 어떻게 명명하겠는가?”라는 루스벨트Franklin Roosevelt의 질문에 대해서는 단호한 어조로 “불필요했던 전쟁Unnecessary War”이라고 규정 지었다. 그러면서 “선량한 사람들의 유약함이 사악한 사람들의 적대감을 어떻게 강화시켰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아베安倍晋三총리는 평화헌법을 개정하여 전쟁이 가능한 보통국가를 지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외부로부터의 공격이나 침략이 있을때 자력방어하는 것이 정상적인 국가의 의무임을 고려할때 이해가 된다. 하지만 문제는 그가 ‘한손으로 하늘을 가리려 한다(一手遮不了天, 이쇼저뿌랴오티엔)’는 중국의 속담처럼, 과거의 죄는 부정하는 가운데 정상적이지 못한 꼼수로 군사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게 처칠의《제2차세계대전》을 강력히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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