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없는' 중국어와 일본어, 그래도 우리에겐 가장 쉽다 (下)
'대책없는' 중국어와 일본어, 그래도 우리에겐 가장 쉽다 (下)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0.06.09 09:5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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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가나

언어학자들에 의하면, 일본어와 다른 언어들과의 파생관계등은 불분명하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어는 우리말과는 어떤식으로든 적지 않은 관계를 지녀온 것으로 추정 된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어는 조사나 어미를 사용하는 등 우리말과 문법체계가 매우 유사하다. 어순 또한 거의 동일하고 일본어 한자 발음 또한 우리말 발음과 매우 유사해 우리로서는 가장 쉽게 터득할수 있는 외국어이다. 그렇다고 해서 겁없이 얕잡아 볼 수 있는 언어도 아니다. 

일본어는 일본 열도에서 쓰이는 언어이자, 법으로 공용어를 정해두지 않은 일본의 실질적 공용어이다. 사용인구는약 1억2500만명 정도로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사용자 수가 많다. 일본에는 중국과 마찬 가지로 오키나와어를 비롯한 류큐어와 아이누어 등의 언어가 존재한다. 하지만 중국과는 달리 소수 언어들은 활발하게 사용되지 않는다. 원어민 수가 매우 적어 사라질 위험에 처한 ‘소멸위기 언어’이기 때문이다. 

1868년 메이지유신이후 문자교육과 초등교육이 급속히 보급된 결과, 도쿄 방언에서 유래한 공통문어가 확립되었다. 이런 일본어는 기본 92자로 이뤄진 문자인 히라가나와 가타가나, 그리고 한자(漢字, 일본어 발음, 간지)의 세개 요소로 이뤄 진다.

히라가나는 초서체 한자를 단순화하고 유형화하여 만든 것이고, 가타카나는 승려들의 다양한 속기체계에서 발달 했다. 현대 일본어에서 가타카나는 기계로 인쇄되는 전보 및 관공서나 회사의 회보, 또는 외래어·의성어 및 동식물 이름을 표기할때 쓰인다.

일본어의 어휘는 대부분 고유어휘어지만, 6~9세기에는 중국어가 언어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일본어 낱말의 대다수는 차용한 중국어 요소에서 파생 했다. 한자는 원래 중국어를 표기하는데 쓰였지만, 이후 중국어 낱말과 뜻이 비슷한 일본어 낱말을 상징하게 되었다. 이과정에서 대부분의 한자는 모양과 획이 단순해지고 필기에 적합한 형태로 바뀌었다. 한자는 음독과 훈독의 두가지 방법으로 읽는다. 아울러, 일본어에는 다섯개의 모음(a, i, u, e, o)과 열다섯개의 자음(p, t, k, b, d, g, ts(ch), s(sh), z(j), m, n, r, h, y, w)이 있다. 

그런데 모음이 다섯개로 적고 우리말의 격음이나 경음등도 없다 보니, 일본어로 표기한 외국어나 일본인들의 외국어 발음은 듣기에 좀 그렇기도 하다. 가령, ‘아프리카’를 말하고자 할때, 일본어에 ㅍ발음이 없어 ㅎ발음으로 대체하다 보니 ‘아흐리카アフリカ’가 되고 만다. 우리 한국어를 발음할때도 마찬가지다. 가령 우리말의 이중 모음이나 복합모음 그리고 대부분의 받침 발음이 없으므로 유사한 소리를 차용하게 된다.

‘김치’와 ‘서울’ 등을 발음하려 할 경우, ‘김’의 받침 ‘ㅁ’에 해당하는 기능이 없고 또 ‘서’자의 모음 ‘ㅓ’에 해당하는 발음이 없어 각각의 발음은 기무치キムチ와 소우루ソウル가 되고 만다. 아침 인사 ‘굿모닝’도 ‘구또모닝그グットモニング’. ‘맥도날드 햄버거’의 경우도 ‘마구도나르도 하므바가マクドナルド ハンバーガー’라는, 원어발음과는 퍽 동떨어진 발음이 되고 만다. 

일본어의 한자 또한 대책이 없기는 중국어와 마찬가지다. 한자 자체가 고약하게 어려운 탓도 있는데다가 현대의 일본인들도 기본적으로 컴퓨터등을 사용해 문서를 작성하고 있어 한자를 정확하게 쓰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음으로 일본어에는 우리말이나 중국어 혹은 영어 등에는 존재하지 않는 적어도 두개의 대사전이 있다. 다름 아닌, ‘인명읽기 대사전’과 ‘지명읽기 대사전’이다. 이들 사전이 무엇이냐 하면 그 이름에서도 알수 있듯이 일본인들의 사람이름 읽기와 일본의 지명읽기에 관한 것이다.

일본인들의 이름을 읽는것과 일본의 지명읽기가 그만큼 쉽지 않은게다. 이 사전들은 외국인을 위한 친절한 가이드가 아니다. 일본인 자신들이 다른 일본인의 이름이나 일본의 지명을 올바르게 읽기 위해 만든 사전이기 때문이다.

일본어 한자의 발음이 그만큼 많고 또 사람마다 지역마다 다르게 읽히므로 그에 대한 대책을 세울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예를 들면, 오사카 우메다지역에 있는 ‘十三’라는 지역의 명칭을 보자. 일본어 한자 ‘十’에는 ‘쥬’, ‘토’, ‘싯’ 등을 비롯한 몇 개의 발음이 있고 ‘三’이란 한자에도 ‘산’, ‘미’, ‘밋’, ‘소’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다른 곳이 아닌, 오사카 우메다 지역의 ‘十三’의 발음은 ‘쥬소’이다. ‘쥬산’, ‘쥬미’, ‘쥬밋’ 혹은 ‘토산’, ‘토미’, ‘싯산’, ‘싯밋’ 등이 아니다. 다른 곳에서라면 이 중 하나가 될 수도 있겠지만 여하튼 그곳은 ‘쥬소’라는 발음으로 불린다.

도대체 동일한 한자를 사용한 인명과 지명이 왜 이렇게 다르게 불리는가? 사람마다 지역마다 멋대로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다른 발음으로 굳혀진 것이다. 이런 면에서 일본어 또한, 대책이 없기는 매한가지이다. 중국어보다 덜할 뿐이다.

이렇게 어려운 중국어와 일본어지만, 불행히도 ‘간단하게 포기해버리면 되지’ 무시하기도 쉽지 않다. 오늘날 막강한 국력을 자랑하고 있는 G2와 G3 국가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이 두 나라와의 제반 교류나 비즈니스 관계 등을 강화하여 글로벌 사회로 승승장구해 나가기 위해서는 이들 언어의 학습이 필수적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천만다행으로 중일 양국어는 유독 우리에게만은 정복하기 유리한 언어이다. 중국과 일본을 양옆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지척에 두고 오랜 기간 다양한 접촉을 해오는 가운데 우리는 이들의 관습과 문화뿐만 아니라 언어에 대해서도 유사한 면을 적잖이 지니게 되었다. 그 결과, 전 세계에서 이들 언어를 학습하기에 선천적으로 가장 유리한 입장에 놓이게 되었다.

실제로 쓰기는 커녕 그리기도 쉽지 않다는 양국 언어의 문자인 한자를, 우리는 어느 정도 공유하며 사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양국의 언어를 실제로 학습한 적이 없는 사람들이라도 초중고교에서 배운 한자만으로도 어느 정도 해독하고 이해할 수 있다. 한중일 3국어의 한자 발음 또한 유사한 면이 적지 않아 중국어 및 일본어 발음의 비결을 어느 정도 익히게 되면 다른 발음 또한 어느 정도 유추가능하기도 하다. 

일본어 문법의 경우는 우리말 문법체계와 매우 유사하여 이 또한 우리에게 상당히 유리한 지점이다. 한자 단어들의 뜻 또한 우리말 한자의 뜻과 완전히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이 많아 중국어나 일본어를 공부하는 제3의 외국인들이 우리를 부러워하기도 할 정도다. 그러므로 중국어와 일본어의 바다에 한번 풍덩 뛰어들어보는 건 어떨까? 열심히만 공부한다면, 영어 하나를 1년 동안 공부하는 것보다 양국어를 1년 동안 공부하는 것이 실제적인 구사 능력의 면에서 훨씬 뛰어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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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민 2023-01-18 11:46:11
일본어에 ㅍ 발음 있지 않나요? プ 요게 프 발음 아니었나요?

나그네 2022-01-17 13:23:18
영어 하나면 한국인에게 필요한 외국어 능력의 99%를 갖게 된다. 영어는 비지니스어 학문어 기술과학어 사교어 인터넷 언어다. 국적이 다른 외국인 2명 이상이 만나면 영어를 쓴다. 굳이 중국어 일본어 공부할 필요는 없다. 중국 일본도 영어를 제1외구어로 배운다. 공통분모가 영어 이므로 영어로 세나라 사람들이 대화하면 된다. 비영어권사람은 영어만 배우면 되는 것이다. 중국어 일본어같은 기타 제2외국어는 영어권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다. 일본이 G2일 때 일본어가 국제어 되던가? 중국어도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