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과 일본 사회를 이해하는 '네 개의 표현', '세 개의 키워드'
일본인과 일본 사회를 이해하는 '네 개의 표현', '세 개의 키워드'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0.05.06 17: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널리 쓰는 말중의 하나로는 ‘빨리빨리!’가 있다. 그러다보니, 외국인들중에는 우리 한국인을 ‘빨리빨리 민족’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빨리빨리’라는 단어는 우리 한국인들의 일반적인 성격상의 특징, 즉 ‘적극적이고 진취적’이면서 한편으로는 ‘성급하고 참을성 약한’ 모습을 잘나타내 주는 표현중 하나인 것이다. 일본에도 역시 우리의 ‘빨리빨리’와 같이 일본의 국민성을 잘드러내는 표현과 키워드들이 있다.

■도우모(どうも) -스미마셍(すみません) -메이와쿠(迷惑) -신쵸니(慎重に)

첫 번째, ‘도우모どうも’라는 표현이다. 이는 사전적으로는 ‘정말로’, ‘매우’라는 의미를 지닌 부사어이다. 일반적으로 ‘도우모 아리가또 고자이마스どうも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정말 감사합니다)’라거나 ‘도우모 스미마셍どうもすみません(대단히 죄송합니다)’라는 식으로 사용한다. 그런데 이 도우모는 단독으로도 많이 사용된다. ‘도우모, 도우모どうもどうも!’라는 식이다.

사람들을 만났을때 ‘도우모, 도우모, 오랫만입니다!’라거나, 헤어질때도 ‘도우모, 도우모, 안녕히가세요!’라고 말한다. 우스개로 일본은 ‘도우모민족’이라 할만큼 이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여기서 단독으로 사용되는 이 도우모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의미가 기저에 깔려있다.

이는 곧 일본인들이 일상적으로 타인과의 관계를 깊이 의식하며 살고있음을 나타내주는 것이라 할것이다. 사회생활에서 타인에게 ‘감사하다’, ‘고맙다’는 자세를 보이며 산다는것은 좋은일이다. 이는 곧 ‘나는 당신에게 해를 끼칠 마음이 없다’, ‘나는 당신과 잘지내고 싶다’는 마음을 간접적으로 담고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두번째, ‘스미마셍すみません’을 들수있다. 사전적 의미는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이다. 즉 사과를 나타내는 표현이다. 하지만일본인들은 오랜만에 다시 만난 사람들에게도 혹은 전화를 받을 때도 헤어질 때도 아니면 길 가다가 약간 스치거나 할 때도 ‘스미마셍’이라고 말한다. 잘못한 것도 없고, 사과할 것이 없는데도 ‘스미마셍’이라는 말을 자동으로 내뱉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항상 타인을 의식하고 있고, 남들과 나는 잘 지내고 있는지를 깊게 인식하며 살고 있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이런 표현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가령 타인과의 사이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일단 ‘스미마셍’ 하며 사과부터 하고 나서면 더 큰 문제는 막을 수 있지 않은가. 이와 같은 마음에서 일상적으로 ‘스미마셍’을 입에 달고 사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런 일본인들의 공손한 자세는, 중국에서는 봉변을 겪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웬만해선 사과를 하지 않는 중국에서, 잘못이 없어도 습관적으로 사과의 표현을 하다 보니, 중국인들과 무슨 일이 생겼을 경우, “봐라, 이 사람이 사과하지 않냐! 자신의 잘못이라고 인정하고 있다’라는 빌미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본 정부는 중국에서는 ‘스미마셍’이란 표현 사용에 주의하라는 주의령을 내린 적도 있다. 

세 번째, ‘메이와쿠迷惑’. 사전적 의미는 ‘민폐’, ‘신세’라는 뜻이다. 이는 앞에서 이미 살펴본 바와같이, 일본사회의 기본 덕목중의 기본이다. 일본인들은 남들에게 폐를 끼치는것을 극도로 꺼려왔다. 섬이라는 크지 않은 영토속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남들과의 원만한 관계가 매우 중요했기 때문에 행동거지를 극도로 조심하고 또 조심하지 않으면 안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일본인들의 이러한 모습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로서는 ‘민폐를 끼쳐서 죄송하다’며 사과하는듯 말하는 일본인들에 대해 공손하다는 느낌과 왠지 가깝게 지내기 쉽지 않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함께 무엇을 하다가 잘 마치고 돌아갈 때나, 혹은 아주 작은 일이 생겼을 때면 여지없이 민폐를 끼쳐서 죄송하다고 하니, 반대로 그러한 표현을 자주하지 않는 외국인들을 무례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손하고 예를 갖추는 것이야 좋지만, 외국인들에게는 과공비례過恭非禮일수도 있는 부분이다. 

네번째, ‘신쵸니慎重に’라는 표현이다. 한자 그대로 ‘신중하게’, ‘조심조심’이라는 의미이다. 일본인들은 이표현 또한 일상적으로 많이 쓴다. 실제로 우리나 중국보다 일본에서 이런 표현을 훨씬더 많이 사용한다. 이는, 일본인들이 매사에 그만큼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행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어떤일을 함에 있어 우리는 ‘가즈아!!’ 하며 내달리지만 일본인들에게는 절대 그런일이 없다. 이것 고려하고 저것 생각하고 또다른것 검토하는데 한세월이 걸린다. 그러니 신중하고 꼼꼼한 습관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일본인들과 함께 뭔가를 하다보면 가뜩이나 성질급한 우리는 속이 터질 수 밖에 없다.

이제까지 일본인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통해 일본인들의 국민성을 이해해 봤다면, 이제 일본사회를 대변하는 세가지 키워드를 통해 일본사회를 살펴보고자 한다.

■ 혼네(本音) -다테마에(建前) -안젠센(安全線)

먼저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이다. ‘혼네’라는것은 우리말의 본심, 진심, 속내에 해당한다. 다테마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표현이라 할수 있다. 속내와 겉모습 즉, 속다르고 겉다른 모습을 비유할때 주로 쓰는 표현이다. 일찍이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도 “일본인들의 YES는 NO를 의미한다!”고 짜증내며 말했듯이, 일본인들은 좀처럼 자신들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부정적인 표현등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항상 간접적으로, 우회적으로 조심조심,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 얼마나 그런모습이 강했으면 ‘혼네’와 ‘다테마에’가 일본사회를 대변하는 하나의 표현으로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을까. 솔직담백한 우리의 양 옆에는, 이처럼 황제구렁이와 천황구렁이가 웅크리고 있는 게다. 

또하나의 단어로는 ‘안젠센安全線’을 들수있다. 안젠센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교제에 어느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지내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사람이나 중국사람과 비교할때, 일본인들 사이의 안전선은 그폭이 훨씬 더 넓다. 가령, 친구라는 개념을 놓고보자. 일본인들에게 친구는, 우리입장에서는 그냥 아는 사이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밋밋하다. 아무리 친구사이라고 해도 서로의 프라이버시, 즉 사적공간을 ‘상당히’ 많이 유지하면서 지내기 때문에 이같은 괴리가 생기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느끼기에는 그저 아는사이 정도라고 생각되는 관계이더라도 일본인들에게는 만나면 매우 반가운 진짜 친구일 가능성이 높다. 친구라는 개념의 농도와 밀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우리 관점에서 보면, 일본에서의 인간관계는 그만큼 ‘드라이’하다고 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