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우경화를 대하는 자세
일본의 우경화를 대하는 자세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0.04.2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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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는 ‘옛것을 버리지 못하면 새 것은 오지 않는다(旧的不去,新的不来, 찌요우더부취, 신더뿌라이)’라는 속담이 있다.

하지만 일본의 자민당 정권은 그 뜻을 잘모르는것 같다. 그러니까 그들은 계속 과거에 천착한다. 우리가 반대하건 찬성하건 관계없이 우경화의 길로 갈것이며 역사도 계속해서 부정할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일간의 풀기 어려운 과거사 문제와 독도 문제에 대해 잠시 졸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일본인 가운데에 과거사를 인지하고 있는 국민 대부분은, 마땅히 사죄해야 할 일이라고 여기고 있다. 아울러 일본에는 과거사에 대해 잘 모르거나 관심조차 없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여기서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이들에게 줄기차게 ‘너희가 나쁘다!’, ‘사과하라!’라고 한다면 그들은 어떠한 반응을 보일까? 그렇지 않아도 골치 아픈 사안에는 관심을 두지 않으려는 일본인들이다. 

또한 목소리 크게 나오는 사람들은 일단 천시하고 피하는게 일반적인 일본인의 성향이다. 싫건 좋건 이것이 일본 사회와 일본인의 특징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을 향해 소리 높이고 눈흘겨대며 다가가면, 과연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을까? 

독도 문제 또한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 사람들 가운데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사실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는 다르다. 그것도 퍽 다르다. 먼저 일본인 중에는 독도(일본 명 다케시마竹島)가 한일양국 사이에서 영토문제화되고 있다는것을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 독도가 땅이름인지, 사람이름인지 모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사정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독도를 강탈하려는 야욕을 규탄 한다!’며 무턱대고 성토만 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한국인들은 거칠다. 툭하면 화를낸다, 걸핏하면 우리를 비난한다’고 생각하는 일본인들이 과연 어떻게 나올까? 

독도나 과거사에 대해 잘몰랐거나 관심이 없던 그들이 우리의 반응을 보며 ‘한국에는 왠지 정이 가질 않는다’거나 ‘저런 한국이 너무 싫다’며 점점 반한反韓 혹은 혐한嫌韓감정만 커져가고 있는 현실이다. 이로인해 어부지리를 얻는것은 일본의 우경화 추진세력일 뿐이다.

우리는 더욱 냉철해져야 한다. 손가락질하고 비난하며 울분을 토해 낸다고 해도 일본은 바뀌지 않는다. 그럴수록 일본의 집권당 세력은 우리의 울분을 돋우며 한일 양국 민간인들의 감정을 이간시키고 이를 우경화와 군사대국화의 추진력으로 삼을 것이다.우리 모두가 지혜를 모아 좀 더 새롭고 다양한 대처방법을 모색해보자. 

과거사문제의 경우, 무엇을 잘못했는지, 따라서 무엇을 사과하라는지 모르는 일본인들에게 무조건적인 반성을 요구 한다고 해서 달라질것은 없다. 오히려 한일간의 민심만 악화될 뿐이다. 그러므로 남에 대한 배려에 뛰어난 일본인의 특징등을 잘 활용하며 새롭게 다가가야 한다. 2000년 일본 동경에서 당시 30대초반의 유학생이었던 내가 설립한 ‘한일아시아기금(www.iloveasiafund.com)이라는 비영리단체NPO도 이런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일아시아기금의 취지는 ‘한일양국이 역사의 장벽을 뛰어넘자’는 것이다. 한일양국은 전세계 어느나라 사람들보다도 이심전심이 잘통하는, 가깝게 여겨지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양국의 정치가 개입되면 정치의 영향을 받아 왠지 서먹해지고 어색해진다. 이런점을 많이 느낀 나는 양국민초들이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우호관계를 보다 더 깊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러다가 ‘그러면 한일 양국을 떠난 곳에서 서로 협력하는 가운데 우호를 다지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착안하게 된 것이 한일아시아기금이다. 그 실천 프로젝트로서 캄보디아에 ‘아시아 미래학교’라는 빈민구제학교를 설립하고, 운영했다. 

이에 대한 호응은 실로 대단했다. ‘한 명의 한국인 유학생의 발상이 산뜻하고 훌륭하다’, ‘역사의 가해자인 우리 일본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을 제시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일본 주류 매스컴에 거의 모두 소개 되었다. 

일본 공영 NHK TV는 특집프로그램을 통해 보도하기도 했다. 당시는 2002년 한일공동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었다. 이에<NHK 스페셜>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한일양국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3부 특집이 제작되었는데, ‘1부 한국과 일본의 과거’, ‘2부 한국과 일본의 현재’, ‘3부 한국과 일본의 미래’ 중 3부가 우리 한일아시아기금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한일아시아기금은 비록 우여곡절을 겪기는 했지만, 일본정부로부터 정식NPO 법인 승인을 받으며 지금까지도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독도문제에 대해서도 보다 다각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우경화 추진세력은 독도에 대한 야욕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그들에 대해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성토만 할것이 아니라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도 대처해 나가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아직도 많은 일본인들이 독도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 반면에 일본의 양식 있는 개인과 단체 중에는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것을 지지한다는 점에 착안해 이들과 긴밀히 협력하는 가운데 더 많은 일본인들이 우리 주장의 타당성을 알 수 있도록 계몽해 나가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일본인 스스로 앞장서서 자국 정부의 수치스런 행태를 시정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일본인들의 반발과 반감도 줄어들 것이고 한일 양국 정부의 소모적 대립도 줄어들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근거자료를 일본 사회에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사실 이러한 자료들을 필요로 하는 것은 우리보다는 일본인들이다. 그들은 알고 싶어도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새로운 근거가 나타나면 우리끼리 대대적으로 보도 하는 데 그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더 울분을 토하고 일본인들은 그런 우리의 모습에 더욱 거리를 두며 멀어져 가는 악순환의 고리를 차단하는 것이다. 

이는 정부보다는 민간이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정부가 나서면 일본 정부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이를 악용하려 할 것이다. 나는 독도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서 ‘독도 성금’을 제안하고 싶다. 우리 국민이 자발적으로 한 푼 두 푼 마음을 모아 일본 사회를 위해 독도를 알리는 일본어 자료 등을 제작하고 또 일본의 양식 있는 단체와의 협력을 위한 토대로 삼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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