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추종 외교'와 중국의 '방어 외교'
일본의 '추종 외교'와 중국의 '방어 외교'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0.04.14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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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추종 외교>

일본에는 10세기에서 19세기에 걸쳐 일본 각지방의 영토를 다스리며 권력을 누린 다이묘大名라는 영주계층이 있다. 이들은 대체적 으로 1인자인 쇼군將軍 바로 아래의 ‘1인지하 만인지상’과도 같은 높은 지위에 있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1인자의 지위에 이상이 감지되면 거리를두며 강력한 차기 쇼군후보에게 다가가는 ‘처세의 달인’과도 같은 모습을 보였다. 

일본에서 다이묘들에의한 통치는 1871년 메이지유신을 기점으로 현재와 같은 중앙집권제도가 갖춰지며 소멸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그처세의 전통, 승자편승의 전통은 일본사회에 그대로 남아 있다.

이러한 일본의 모습은 외교에도 그대로 투영되어왔다. 그리하여 일본외교는 다음과 같은 두가지의 특징을 지닌다. 먼저 승자, 즉 1인자 추종외교의 전통이다. 

경쟁하는 세력들 사이에서 어느 특정세력의 승리가 점쳐지면, 그동안 어떠한 자세를 취했든 관계없이 바로 승자에 편승한다. 자신이 직접 싸우다가도, 승산이 없다고 판단되면 재빠르게 꼬리를 내리며 2인자의 자리라도 차지하려 한다. 이는 2차대전 당시 적국이었으나 이후 유일한 패권대국으로 등장한 미국에 대한 자세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미국의 2중대’, ‘미국의 푸들’이라는 비아냥과 설욕등은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을 패전시킨 미국곁을 굳건히 지켜온것은 바로 승자추종 외교의 전통을 잘보여주는 사례가 아닐수 없다. 

다음으로는 고무신 거꾸로 신는, 즉현 실(주의) 외교의 전통이다. 1인자의 권력이 의심의 여지가 없을때는 어떠한 수모에도 미소를 잃지 않는다. 왼뺨을 때리면 오른뺨도 내주며 2인자의 과실을 챙긴다. 하지만 1인자의 자리에 쇠퇴의 조짐이 잦아들면, 언제 그랬냐는듯 변모한다. 그러다가 새로운 세력이 패권을 거머쥐면 약삭빠르게 그곁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이러한 조짐은 트럼프의 미국에 대해서도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그모습이 과거와는 약간다르다. 아직 미국을 ‘확실하게’ 대체 할만한 패권이 등장하지 않은 탓인지, 미국에 대한 확실한 거리두기 보다는 자신들의 불편한 심기를 노출하고 있는것이다. 그동안 소원했던 중일관계나 중러관계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이 그일환이다. 

실제로 일본은 2018년 8월, 중국에 대해 중일평화조약 40주년을 앞세우며 중국의 국보격인 자이언트판다를 대여하고자 요청했다. 10월에는 임기중 처음으로 제대로된 중일양자회담을 위해 아베총리가 베이징을 공식방문했는데 이 또한 중국카드를 사용해서 미국에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자 했던 것이다.

<중국의 방어 외교>

시 주석은 2017년 10월 19차 당대회에서 2050년까지 미국을 뛰어넘는 현대화 강국을 건설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중국 내 싱크탱크들은 2020년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 달러를 돌파하고, 2028년까지는 경제 총량에서도 미국을 추월해 세계 1위가 될 것으로보고 있다. 

2035년까지는 1인당 GDP 2만 달러를 넘어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미국은 이런 중국에 경계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미 국방부는 2018년 1월 발표한 ‘2018년 국방 전략’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미국의 안보와 번영에 도전하는 전략적 경쟁자로 꼽기도 했다.

이러한 미국에 대해 중국은 방어 외교적, 저항 외교적 자세로 임하고 있다. G2라는 영예 속에 몇 년 후면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받고 있는 중국이다. 그러다 보니 한편에서는 전 세계로부터의 견제와 파상공격이 나날이 거세진다. 

특히 미국은 중국을 지구촌 구석구석까지 쫓아다니며 사사건건 괴롭히고 있다. 이와 같은 합종연횡의 견제와 공격을 받는 가운데 생존과 번영을 추구해야 하는 녹록지 못한 상황에 처해 있는게 오늘의 중국인 것이다.

사실 중국에게는 이런 방어외교가 익숙하지 않다. 중국中國 스스로를 중원, 곧 세계의 중심이라 여기며 살아온 나라가 아닌가. 자기를 천하의 중심으로, 주변국을 야만국으로 비하하며 조공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정벌하는식의 ‘패권외교’가 중국외교의 전통적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난 100여년동안 중국은 패권외교는 고사하고 생존을 위한 ‘생존외교’에서 벗어날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1980년대 개혁개방과 더불어 급성장하는 가운데 단기간에 G2로까지 불리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의 국력은 패권외교를 전개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전통적인 자기중심적 외교가 아닌, 패권국가 미국에 대한 ‘방어외교’의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미국외의 국가들에는 이른바 ‘선심외교’를 펼치고 있다. 중국은 자신의 국익을 달성하기 위한 최우선수단으로 경제력을 앞세운다. 상대방에 대한 경제적 배려를 무기로 자신의 의도대로 이끌어가는 것이다. 

중국의 선심 외교적 모습은 특히 미중 갈등의 중간 위치에 놓인 국가들에게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해당 국가가 미중 양국의 선택 상황에서 미국으로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하여, 혹은 아군의 진영으로 더 가까이 끌어들이기 위하여 물적 정성을 들이는 것이다. 그러다가 뜻대로 되지 않게 되면 경제적 제재 조치를 취한다. 

경제적 제재를 사용할 때도 미국과는 다르다. 단호하게 폭우 내리듯 한꺼번에 강력한 형태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가랑비에 옷 젖듯이 야금야금 단계적으로 제재 조치를 취한다. 상대방의 반응을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제재의 강도를 조절해 나가는 것이 중국식인 것이다. 

중국의 주변국들은 중국의 영토와 인구에 압도 당하지 않을 수 없고, 이 때문에 중국이 과거 패권국의 모습을 다시 보이지는 않을까 경계하고 우려한다. 

이에 더해 중국 자신도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감춰두었던 손발톱을 드러내며 주변국을 긴장시킬 때가 있다. 이로 인해 미국으로부터 시달리고 있는 중국을 동정하거나 우호적인 자세로 그 곁을 지켜주는 주변국은 별로 없다. 

중국은 주변국에 대해 싫건 좋건 선심 외교에 더 공을 들일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면서 뜻대로 되지 않으면 또 다시 감춰두었던 발톱을 드러낸다. 이러한 중국은 선조인 맹자孟子의 가르침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맹자왈, ‘이대사소자낙천자야낙천자보천하 以大事小者樂天者也樂天者保天下’라고 했다. 큰나라이면서도 작은나라를 존중하는 것은 하늘의 이치를 즐기는 것이며 그렇게 할때 큰나라는 천하를 보존할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큰나라가 작은나라를 존중할때 비로소 큰나라를 중심으로 안정과 번영이 이뤄질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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