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꿈꾸는 것은 민주화가 아닌 '부자화' (上)
중국이 꿈꾸는 것은 민주화가 아닌 '부자화' (上)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0.03.04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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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의 한중일 삼국지

몇 해 전에 중국 내륙의 한 도시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에는 삼국 지의 주요 인물들을 추앙하는 한 사당이 있었다. 

사당의 여기저기에는 유비, 관우, 장비를 비롯해서 조조, 제갈공명, 조자룡 등과 같은 삼국지의 주요 인물들의 인물상이 만들어져 있었고 사람들은 돌아보며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유독 한 사람의 인물상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사람들이 향을 피워서 연신 고개를 숙이며 돈을 바치는 것이었다. 누군가 다가가서 봤더니 바로 관우關羽였다. 

유비도 아닌 관우상 앞에 사람들이 몰려있고 향을 피우며 무언가를 열심히 기원하길래 옆에 있던 중국인에게 넌지시 그 이유를 물었다. 그랬더니 “관우는중국에서 돈을 많이 벌게 해주는 ‘재물의 신’이다. 관우에게 정성껏 기도를 드리면 재물운이 좋아진다고 믿는다”고 했다. 그때, 옆에 있던 사람의 재미있는 한마디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는 내가 한국인이라고 소개하자, 곧 ‘민주주의’ 국가에서 왔음을 의식한 듯,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우리 중국에서는 민주주의고 뭐고 다 필요 없어요, 돈 많이 벌어 부자가 되게 해주면 최고지 뭐. 우린 그래서 관우를 더 좋아한답니다!” 

중국인들이 추앙하는 두 사람이 있다. 유교의 공자와 삼국지의 관우이다. 중국에서 두 사람은 성인으로 모셔지고 있고 그래서 두 사람의 무덤 이름도 신이 묻힌 곳이라는 의미에서 각각 공림公林과 관림關林으로 불리고 있다. 

그런데 중국인들이 공자를 성인으로 모시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관우를 성인으로 모시며 존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군다나 관우는 ‘재물의 신’으로까지추앙받고 있다. ‘돈을 벌게 하는신’으로 모셔지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중국에서 관우는 ‘의리와 신용’의 상징이다. 비즈니스에 있어 가장중요한 덕목은 바로 의리와 신용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관우를 재물의 신으로 추앙하고 있는 것이다. 위의 사당에서 만난 중국인도, 나는 민주주의건 뭐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민주주의와 관우를 언급하며 비교했다. 이 작은 에피소드는 ‘중국인에게 있어 민주주의’란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사회에서는 여전히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 대해 거리감과 이질감을 느끼는 것 같다. 이는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면서 1990년대 초에 이미 역사적으로 사라진 사회주의를 떠올리며 ‘중국의 사회주의도 사라질 것이다, 그 자리를 민주주의가 대체할 것’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과연 그럴까? 이에 대해 중국 대륙의 주인공인 중국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들은 사회주의와 서구식 민주주의 중 어느 것을 더 원할까?

역사적으로 그 어느 나라보다도 물질주의와 배금주의를 숭상하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동양의 유대인이라 불릴 정도로 돈 버는데 아무런 거리낄 것이 없는 사람들이 중국인이다. 언제 어디서 무슨 화를 당할지 모르는 예측불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것은 생명과 안전을 지켜줄 수 있는 것들이었다. 믿음직스런 금은보화와 같은 ‘물질’이 바로 그것이었다. 

재물만 갖고 있으면 시도 얼마든지 구축할 수 있다. 스스로 관직에 올라가 떵떵거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새해 인사로도 ‘돈 많이 버세요(恭喜发财 ,꽁시파차이)!’라며 당당하게 덕담을 주고받는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 역대 왕조의 주된 붕괴 요인 중 하나가 무엇인지 아는가? 정치적인 자유의 부족? 아니다. 다름 아닌, 민생고다. ‘나는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생활은 좀처럼 나아지질 않는다. 이에 비해 온갖 불법행위를 일삼는 이들은 나날이 부유해지고 관리들도 그들과 결탁하여 주머니를 불리고 있지 않은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세상, 바뀔 리 없다면 뒤집어 엎자!’라며 봉기한 것이다.

이처럼, 민초들의 주된 봉기 원인은 경제적인 이유였다. 이는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중국인들 또한 그들의 조상들과 동일하게 돈벌이에 열심이다. 더 많은 물질, 더 많은 금전을 향한 그들의 욕망과 처절한 노력은 과거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뒤지지 않는다.

오늘날 중국인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다. 그들에게 있어 ‘자유’라는 것은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많이 누릴 수 있는 가치에 불과하다. 민주적 권리 또한 내가 물질을 얼마나 소유하고있느냐에 따라 내가 향유할 수 있는 질과 양이 좌우된다는 사고방식이다. 

중국인들이 진짜로 바라는 것은 내가 재물을 얻고 내 금전욕을 더잘 성취시켜주는 제도이다. 그것이 민주주의라면 ‘오케이, 민주주의를 채택해도 좋다!’, 그것이 사회주의라면 ‘오케이, 사회주의라는 것을 채택해도 좋다!’인 것이다. 현재 중국 정부가 채택하고 있는 ‘중국특색의 사회주의’도 결국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탄생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때 중국특색의 사회주의라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중국식 자본주의’와 별반 다를 바 없다. 평등한 노동과 평등한 분배라는 사회주의 시스템에서는 중국인들의 돈벌이 욕구가 제대로 발휘되기 쉽지 않다. 따라서 개개인의 능력에 따라 돈벌이에 제한이 없는 자본주의로 바꾸어야 한다. 하지만 1949년, 오늘날의 신중국을 건국한 마오쩌뚱이 사회주의를 지향한다고 했고, 이후 공산당도 줄곧 사회주의 노선을 견지해왔기 때문에 이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을 따름이다. 

만약 지금 필요하다고 송두리째 과거의 자취를 부정한다면, 오늘날의 자신들 또한 훗날의 후손들에 의해 송두리째 부정당할 수 있지 않은가. 바꾸긴 바꿔야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다는 말인가? 이 부분에서 중국은 우리와 꽤 다르다. 좌파가 집권하면 전임 우파 정권의 자취를 송두리째 바꾸고 우파가 집권해도 마찬가지로 전임 좌파 정권의 모든 것을 지워버리고 마는 우리의 과단함(!)은 중국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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