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풍요를 만끽하라
나눔의 풍요를 만끽하라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1.12.07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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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의 한중일 삼국지

아시아의 가난한 이웃하면 어디가 떠오르는가? 러시아, 라오스, 캄보디아 등은 못사는 나라로 통용되는 곳들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선진국의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풍족한 재산이 하나 있다.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소박한 마음가짐이다.

예전에 러시아 모스크바를 다녀온 적이 있다. 거리를 질주하는 고급 승용차 틈바구니에서 오갈 데 없이 서성이는 집시들을 바라보며, 한때 ‘사회주의종주국’이었던 러시아의 ‘참담한 오늘’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스파시바! 스파시바!” (우리말로 감사하다는 뜻)

낯선 동양인이 대수롭지 않게 건네준 약간의 루블화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지팡이에 늙은 몸을 의지한 외눈박이 집시노인은 20여 분을 뒤쫓아 와서 연방 고개를 숙였다.

인도차이나의 ‘은자의 나라’ 라오스도 서서히 경제 발전의 길에 들어서고 있다. 특히 수도인 비엔티안은 속속 들어서는 현대식 건물과 자동차 행렬이 유럽풍의 낡은 건물과 자전거를 빠르게 몰아내고 있다. 비엔티안의 중심가에도 거리에서 연명하는 사람들이 적잖이 눈에 띈다. 저녁 식사를 하던 중 모자를 공손히 벗어 내미는 이에게 소액 지폐를 건네주자 돌연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그러고는 모자 속 1달러짜리 지폐를 꺼내 들고 어쩔 줄 몰라했다. 그가 불러주는 ‘환희의 찬가’는 식사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한편 상하이는 명실상부 세계 최대의 국제도시로 발돋움했다. 유학 시절부터 미국과 중국, 일본 등 25개국을 둘러봤지만 상하이 만큼 화려하고 벅적거리는 도시를 본 기억이 없다. 하지만 이름 모를 최고급 승용차가 즐비한 상하이 중심가 한 귀퉁이에는 아직도 자전거나 오토바이 삼륜차가 남아 있다. 나는 부의 재분배 차원에서 종종 이들을 이용하곤 한다.

또 캄보디아는 내가 아시아미래학교(I Love Asia School)를 세운 곳이다. 아시아미래학교는 정규학교가 아니다. 아직도 세계 최빈국이라는 경제 상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캄보디아에는 경제적 빈곤으로 인해 학교를 못 다니는 청소년들이 적지 않다. 이런 아이들에게 무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설립된 비정규교육기관이 아시아미래학교다.

심훈의 《상록수》를 연상시키는 빈민가 어린이들을 위한 이 학교에서는 1년 교육비로 1인당 약 15만 원이 필요하다. 가정 형편상 정규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이곳에 다니는 학생들을 월말고사 등에서 성적 우수 장학금(미화 5달러 내외)을 받으면 거기서 상당액을 떼어내 자기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들을 위해 쓴다. 두 손 모아 공손히 나누며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가슴이 벅차다.

아시아미래학교가 설립될 당시 한국의 몇몇 매스컴은 내게 다소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도 아직 소년소녀 가장이 많고 빈부 격차도 심한데 왜 다른 나라까지 도와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캄보디아나 라오스와 같은 곳은 국민들이 아무리 소명 의식을 갖고 움직이고 실천하려 해도 국가 경제력이 따라주지 않아 빈부 격차 문제를 해소시키기가 힘들다. 세계 경제 10위 권에 달하는 대한민국과는 비교가 안되는 것이다. 가진 자뿐 아니라 일반 서민들도 각자의 형편에 맞게 주변의 아픔을 어루만져준다면 우리 사회의 빈곤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으리라 본다.

삐딱하게 앉아 남 탓만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다른 이들에게 의지하려고도 말자. 빈부 격차 문제를 정부가 책임져주지 않는다며 성토한다고 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대가 먼저 실천하라. 친구들을 만나 한잔씩 기울이는 소주 값부터 나눠보는 건 어떨까? 우리 사회의 빈부 격차, 양극화의 아픔을 해소시키는 길은 ‘콩 한쪽도 나누는’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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