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할 때의 목적을 끝까지 잊지 마라
도전할 때의 목적을 끝까지 잊지 마라
  •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 대외교류 부총장
  • 승인 2021.11.23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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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의 한중일 삼국지

요즘은 일본, 미국, 중국 등으로 어학연수를 떠나는 학생이 아주 흔해졌다. 필자 역시 어학연수생 시절을 겪었기에 그들의 고충을 잘 알고 있다. 한국인끼리 어울리자니 언어 능력이 안 늘 것 같고, 한국 친구들을 외면하자니 미운털이 박힐 것 같아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진 친구들이 예나 지금이나 참 많은 것 같다.

중국에서 연수하던 S군이 어느 날 필자를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았다. 언어를 배우러 현지에 왔는데 공부는 커녕 오히려 생각지도 못한 스트레스만 쌓였다고 그는 말했다.

“제가 여기 온 건 중국어를 공부하기 위해서지 한국 친구들을 사귀기 위해서가 아닌데,
자꾸 생각했던 방향과 다르게 흘러가는 것 같더라고요.”

현지에서 언어를 배우고 싶다는 열망으로 힘들게 중국을 온 S군은 웬만하면 현지 친구들을 많이 만들고 언어 능력을 향상하고 싶은데 자꾸 한국 친구들과 어울리게 된다고 했다. 현지인을 사귀려고 한국 친구를 멀리하자니 그들의 눈총을 받을까 걱정된다는 것이었다. 다들 공부하러 와서는 정작 외국어는 쓰지 않고 한국인들끼리 모국어만 사용하는 것도 불만이었다.

이런 고민 끝에 S군은 본래의 목적에 충실해지기로 마음먹었다. 매일같이 어울렸던 한국 친구들과 거리를 두고 더 열심히 공부하고, 현지 친구들과 친분을 쌓기 위해 이런저런 활동에도 참여했다. 그리고 시간이 좀 흐르자 그의 뒤에서 불편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기에 그래?’, ‘얼마나 잘되는지 두고보자’라는 식의 뼈 있는 말들이 S군의 마음을 점점 곤혹스럽게 했다. 연수 시절의 목표를 충실히 이루기 위해 한국 친구들을 멀리한 것이 이러한 부작용을 낳은 것이다. 이건 어느 나라 연수생이든 다 겪는 문제인 것 같다.매년 어학연수 차 중국을 찾은 한국인들 중 이와 비슷한 고민에 빠져 있는 학생을 많이 보았다.

필자 역시 일본어 연수 시절에 같은 고민을 했던 기억이 있다. 연수 초기에는 환경이 온통 낯설다 보니 주변 한국인의 도움과 친절이 더욱 고맙게 다가왔고 동포라는 동질감에 빨리 친해졌다. 그래서 한동안 ‘형’, ‘누나’ 하며 어울려 다니고 밤늦도록 술도 마시다 보니, 주객이 전도된 생활이 되어갔다. 마치 언어 공부가 아니라 친목 도모를 하러 돈 들여 먼 나라까지 온 격이었다. 문제가 그들과의 관계를 적절히 조절하지 않는 이상 이런 상황은 계속 반복된다는 것이었다. 친한 선배에게 이러한 고민을 털어놓았는데 그 선배의 반응도 내 생각과 다르지 않았다. 외국에서 한국인끼리만 어울리면 언어 공부는 언제 할 것이며 현지 문화와 사회에 어찌 익숙해지겠냐는 것이었다.

이는 연수생뿐 아니라 외국에서 사는 사람들의 공통된 고민이기도 하다. 한국인 속에 묻혀 살면 편하긴 하지만 또 다른 한국 사회에 편입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곳 사회에 자연스럽게 융화되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들끼리의 작은 사회를 형성해 겉돌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이 같은 경험을 토대로 필자는 연수나 외국 유학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외국 생활을 본래의 목적에 맞게 잘하라고 조언하곤 한다. 먼저 한국인끼리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지내기를 당부한다. 절친하다고, 혹은 외롭다고 해서 줄곧 같이 생활하다시피 하면 모든 소통을 한국어로 하게 되니 타국에서 공부하는 의미가 없어진다. 정에 약한 한국인의 특성상 이것을 지키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중요한 원칙으로 삼고 항상 고려하고 있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음으로 강조하는 바는 ‘손가락질받을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해외로 가면 그 나라의 언어를 익힐 뿐만 아니라 그곳 사람들과 더 많이 어울리고 현지 문화 속으로 적극 뛰어들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국내에서의 행동 패턴을 그대로 고수하거나 적극적인 동료를 비난하기도 한다. 따라서 타인의 왜곡된 시선에 크게 개의치 않는 대범함이 필요하다. 해외에서 더 많이 성장하겠다는 큰 뜻을 위해서 말이다.

자신이 체류한 나라의 현지인과 적극적으로 친분을 쌓는 것은 언어뿐 아니라 문화적인 소양을 쌓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이는 매우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므로 주변 사람들의 입방아에 좌지우지될 필요가 없다. 외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철저한 자기 관리가 특히 많이 필요하다. 부모의 단속에서 벗어나 있어 이런저런 유혹도 많고 외로움에 빠지기도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때일수록 초심을 잃지 않는 정신력이 요구된다.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정진한 연수생과 타성에 휩쓸린 연수생의 6개월 후는 현격히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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